유경조 대구시립국악단 감독 "대구 시민들 신명나게 즐기셨나요"

입력 2017-03-01 04:55:02

지휘봉 잡은 5년 국악 대중화 창극·퓨전국악 넘나들며 공연…젊은 명인전 통해 '정악' 충실

"무대와 객석이 같이 흥겨운 공연을 통해 국악 대중화를 도모할 계획입니다." 유경조 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가 국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대구시립국악단 제공

"대구에서 지휘봉을 잡은 지 5년째 들어서네요. 나름대로 국악 대중화를 위해 힘껏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달 8일 '고유하게 공유하다' 공연 준비에 분주한 유경조 대구시립국악단 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문화예술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 감독은 올해로 국악 인생 50년을 맞았다. 13세 까까머리 시절 친지가 무심코 건네준 대금은 그대로 운명이 되었다. 학창시절 공부도 뛰어나 최고 명문 서울대에 입학했고 한양대에서 국악 박사학위를 마쳤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고 대금 연주자로는 드물게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로 선정됐다.

부산에서 연주자, 지도자로 전념하던 유 감독은 대구시의 러브콜을 받고 2012년 시립국악단 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그의 화두는 국악 대중화였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무대를 꾸몄다. 제일 먼저 시도했던 공연이 '창극'이었다. '춘향전' '심청전' 등 인기 창극의 주요 대목을 각색해 재미있게 꾸몄다.

"완창무대는 전문가 영역이지만 1시간짜리 단막 창극은 시민들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에 관현악단 합주까지 곁들이면 무대, 객석엔 흥이 넘치죠."

창극이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이었다면 '퓨전국악'은 젊은 세대들을 위한 이벤트였다. 그동안 시립국악단은 다양한 장르와 접목을 시도하며 다양한 실험적 무대를 꾸며왔다.

록밴드에 맞춰 소리꾼이 창을 하고 해금과 첼로를 한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국악관현악에 맞춰 줄타기, 태권도 군무를 연기하고, 가요'민요'클래식 가수를 초청해 합동무대를 꾸몄다.

시립국악단이 국악과 팝,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악 대중화에 나섰지만 한편으로 국악의 기본이자 뿌리인 '정악'에도 충실하고 있다.

연간 6회 기획된 '정기연주회'에서는 명창, 인간문화재, 전공 교수들을 초빙해 정악 위주 무대를 꾸려간다. '젊은 명인 열전' 시리즈에서는 지역 젊은 국악인이나 콩쿠르 수상자, 차세대 국악인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지역 국악이 궤도에 오르며 대구 국악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영호남 국악인들의 합동 무대인 '동서 국악의 향연' '영호남 달빛동맹 교류음악회'가 대표적인 프로그램. 국악을 통해 두 지역의 화합과 상생 메시지를 나누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 감독은 9월에 열리는 'EAST &'공연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한중일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 기념행사'인 이 공연엔 북한, 중국, 일본의 전통악기들이 등장해 어우러지게 된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구를 떠날 예정인 유 감독은 '대구 국악이 성장을 거듭해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까지 지평을 넓혔으니 이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