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김정남에 가려진 북극성 2형 미사일

입력 2017-02-28 04:55:05

동국대(학사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北,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발사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과시

괌타격 IRBM 기술 능력도 보여줘

정부-역내 국가 협력 중요한 시점

세상의 시선이 김정남 암살사건에 집중돼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거기에 화학무기인 VX가스 살포 암살이 북한의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이 암살사건에 가려져 있지만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2일 북한이 쏜 북극성 2형 미사일 역시 대형 사건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한반도 정치군사 지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체제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의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북극성 2형 발사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밀리지 않겠다, 강대강(强對强) 대결구도로 가더라도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그 나름의 적극적 의지를 과시한 측면이 있다. 북극성 2형 정도의 발사 능력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트럼프 행정부 흔들기로 보인다. 북한은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수준에서 반응할 것인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 시점도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3천㎞ 사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던 미일 정상회담을 정면 겨냥한 셈이 됐다. 괌은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 발생 시 미국의 B-52, B-1B, B-2 등 전략 폭격기 편대가 줄지어 출격하는 곳이 괌이다. 오키나와도 미국의 중요한 전략 자산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에 올리는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키리졸브를 목전에 둔 발사로 훈련에 반대하는 북한의 단호한 태도를 과시하고, 여기에 참가할 미국 항공모함전단의 전개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가 컸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과시한 행보로도 보인다. 북한 내부를 향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이른바 '광명성절'을 앞두고 내부 결속용 축포 성격을 띤 발사로 읽힌다.

기술적으로도 북극성 2형 발사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 기준으로 볼 때, 3천㎞를 날아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북한이 IRBM 발사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북극성 2형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에서 발사한 것으로 SLBM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의미도 있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이동수단으로 무한궤도형 차량을 이용함으로써 사전, 사후 탐지가 어려운 IRBM을 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료 주입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에다 도로가 아닌 다른 지형에 숨겨놨다가 바로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은닉과 발사 후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북한은 일부에서 예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IRBM을 발사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불어닥칠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목적은 최대치로 달성하는 북극성 2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ICBM 발사 시 기술적으로 실패할 경우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ICBM 발사에 실패한다면, 북한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패를 잃어버리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만 받기 때문에 IRBM을 발사하는 전술적 선택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ICBM 발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북극성 2형 발사 다음 날 김정남 암살사건까지 겹쳐 이래저래 북미관계는 상당 기간 샅바싸움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역내 국가들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더욱 중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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