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 53.7km가 만든 200만 메가시티 30분 생활권

입력 2017-02-22 04:55:02

울산~포항고속도로가 지난해 6월 30일 완전 개통하면서 포항, 경주, 울산이 하나의 경제권과 생활문화권으로 묶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울산~포항고속도로가 지난해 6월 30일 완전 개통하면서 포항, 경주, 울산이 하나의 경제권과 생활문화권으로 묶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울산~포항 고속도로(울포고속도로) 개통은 포항'경주'울산 시민들의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또 '해오름 동맹'을 통해 이른바 '메가시티'가 형성되면서 행정구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성장의 새로운 밑그림이 그려졌다. 53.7㎞의 고속도로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대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펼쳐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분으로 줄어든 이동시간

울포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울산까지 걸리던 시간이 30분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자 보다 나은 의료'쇼핑 서비스를 찾는 포항'경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외과 수술 등으로 이름난 울산대병원은 2015년 12월 29일 이 도로가 부분 개통된 이후부터 포항'경주 시민들의 이용률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울산대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병원을 찾은 포항 시민은 9천498명(외래'입원)으로, 개통 전보다 36%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8월 포항 외래 환자는 336명을 기록, 전년 동월과 비교해 51.4% 급증했다.

또 경주 시민들도 도로 개통 전인 2015년 3만8천637명(외래'입원)이 찾았지만, 부분'완전 개통 후인 지난해 4만4천107명이 찾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대형병원들은 울포고속도로 효과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제대 해운대 백병원 관계자는 "고속도로 개통으로 기대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통계치를 뽑아보면 특별히 늘어난 것은 안 보인다. 아직은 90% 이상이 부산 고객"이라고 했다.

쇼핑은 울산보다 인프라가 더 잘 갖춰진 부산을 찾고 있다. 가장 발길이 많은 곳은 가격이 저렴한 아울렛 매장이다. 이 중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은 도로 개통 이후 롯데백화점 포항점 등록 고객의 70%가 다녀갔다. 도로 개통 이후 2~3%가량 매출에 타격을 받았던 포항점은 고객을 잡으려고 각종 행사를 열었지만, 지난해 10월 1~14일까지 4%의 매출이 떨어졌다. 반대로 동부산점은 1억원의 매출이 더 늘었다. 작년 한 해로 따지면 전년보다 6%의 매출 신장이 있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 관계자는 "도로 개통 이후 매출이 떨어진 면이 있지만, 각종 행사로 지난 주말에는 0.2% 매출 신장도 있었다"며 "이건 단순히 손님을 뺏고 뺏기는 문제가 아니다. 울포고속도로 개통으로 새로운 큰 시장이 생겨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풍 부는 부동산 시장

울포고속도로 개통은 포항'경주 부동산 시장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울포고속도로 남포항 톨게이트 인접 지역인 구룡포에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구룡포 입구 전원주택단지는 법인 부동산에서 3만여㎡를 매입,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고 있다고 지역 부동산 업계는 설명했다. 구룡포 A부동산 관계자는 "땅 가격을 묻는 문의 전화를 작년부터 계속 받고 있다"며 "바다가 훤히 보이는 조용한 곳의 땅 가격을 묻는 전화가 많았다"고 했다.

도심을 피해 바다 인근 조용한 곳에 주택을 지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속도로가 가까운 구룡포'장기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땅을 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포항은 울산보다 토지 가격이 30~40% 낮아 포항 블루밸리사업이나 영일만항 배후단지 개발에도 울산 자본이 들어와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울포고속도로 개통 이후 구룡포시장 등 전통시장은 호황이다. 대표적 전통시장인 죽도시장도 지난해 콜레라 발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울포고속도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구룡포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주말마다 구룡포가 손님들로 꽉꽉 들어차고 있다"며 "이 덕에 상인들의 매출은 전보다 30% 넘게 뛰어올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상인들은 상가에 손님 앉을 자리가 부족할까, 주차할 공간이 없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며 "구룡포에 살면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200만 명 거대도시 탄생, 해오름 동맹

포항'경주'울산은 지난해 6월 30일 울포고속도로 완전 개통에 맞춰 '메가시티'로 도약하자는 의미의 '해오름 동맹'을 구축했다. 이름 그대로 이들 지역은 해맞이 명소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으킨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들 도시 인구를 합하면 인구는 200만 명, 경제 규모는 95조원에 이른다.

산업'경제면에서 해오름 동맹은 의미가 남다르다. 포항 철강공단, 경주 자동차부품단지, 울산 중공업단지 등 동해안의 주요 산업단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산업 경쟁력 면에서 타지역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해오름 동맹 도시들은 이러한 이점을 살려 지역을 발전시키고, 경기를 부흥시키고자 공동사업을 서로 제안하고 있으며, 구체적 논의도 활발히 오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안'논의하고 있으며, 울산시가 취합'정리한 '동해 남부권 상생협력을 위한 해오름 동맹 공동사업 제안서'에 따르면 산업'R&D 분야 공동사업은 3D프린팅'드론'에너지&원료 교환망 건설'전기차'중소업체 빅데이터 분석센터'원자력산업체의 연구개발 등 모두 13건에 달한다. 이와 함께 도시 인프라 면에서는 울산~경주~포항 간선도로망 확충, 국도 31호선과 국도 14호선 확장, 해오름 산맥길 '여명의 길''영일만 횡단대교 등 3개 지역을 한데 묶는 6개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해오름 동맹 관광 활성화 마스터플랜' 동맹 도시 간 '맛 축제''도서관&미술관 문화예술 프로그램 교류 등 8가지 사항이 협의 중이다. 다음 달 초 '동해남부권 상생발전 전략 연구용역 중간발표'가 진행되면, 해오름 동맹의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포고속도로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확실하다. 해오름 동맹으로 포항'경주'울산이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각 지역에 취약한 관광'의료'쇼핑 인프라를 새롭게 구성하고, 다른 지역과의 새로운 도로 연결망을 구축하는 등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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