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터키의 현수교 건설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에게해와 마르마라해 사이의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7㎞ 길이의 세계 최장 현수교와 약 100㎞의 진입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는 교통 편익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장관이어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중국 칭다오의 하이완대교는 41.58㎞에 이르는 세계 최장 해상 교량으로 '바다의 만리장성'으로 불린다. 중국 항저우만의 콰하이대교도 36㎞의 거대한 해상 교량이다.
중국처럼 광활한 국토를 지닌 미국에도 큰 다리가 많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폰차트레인 호수를 가로지르는 코즈웨이대교는 총 길이 38.4㎞로 칭다오 하이완대교 이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사이의 체서피크만 입구를 가로지르는 해상 교량은 총 연장 37㎞이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앞바다에는 작은 섬(키:Key)들이 이어지는 열도가 흩어져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교량으로 연결되는데 이 중 키 바카와 리틀 덕 키를 연결하는 약 11㎞의 세븐마일 브리지는 교통 편익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눈에 띄는 해상 교량들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잇는 18.38㎞의 인천대교, 서해안 고속도로 상에 충남 당진과 경기도 평택 사이의 아산만 위를 지나는 7.31㎞의 서해대교,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8.2㎞의 거가대교, 7.42㎞의 부산 광안대교, 전남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의 광양만 위를 가로지르는 2.26㎞의 이순신대교 등이 있다. 공교롭게 모두 서해와 남해안에 있다.
포항에도 영일만 위를 가로지르는 대교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반도 지도 상에 나타나는 호랑이 척추 끝인 북구 흥해읍과 꼬리인 남구 동해면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교량 길이 8.8㎞, 접속도로 9㎞ 건설에 드는 총 사업비는 1조7천700억원 정도이다. 교량 구간 중 애초에 터널 구간으로 계획됐던 4.1㎞ 구간을 인근 해군기지를 이전해 교량 구간으로 변경한다면 공사비를 2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영일만대교 건설 사업은 2008년부터 추진됐으나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막대한 건설 비용에 비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와 지지부진했다. 지금은 건설사업 기본계획수립 용역비 20억원이 올해 국가 예산으로 반영돼 불씨를 살렸으며 이강덕 포항시장이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지역 발전 주요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됐던 영일만대교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영일만대교가 세워진다면 거리는 40㎞에서 18㎞로 22㎞ 단축되고 차량 통행 시간은 35분에서 15분으로 20분 줄어든다. 서해와 남해의 주요 해상 교량과 비교하면 교통 편익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동해안 교통은 서해안과 남해안 교통보다 뒤떨어졌으며 이제 국토의 U자 균형 발전을 위해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시작되었고 영일만대교는 이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이뤄져야 이미 개통된 울산~포항 고속도로와 연결하고 남쪽으로는 부산, 북쪽으로는 울진, 삼척, 강릉 등 동해안 고속도로가 완결된다.
영일만대교 건설에 대해 중앙정부가 소극적이었던 것은 지역 균형 발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해안 지역이 교통 소외지역으로 남아 있던 데에는 그 외에 달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포항시와 경북도, 박명재 의원과 김정재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이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여야만 한다. 대선 후보들도 지역 균형 발전을 중요시한다면 영일만대교 사업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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