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불확실성의 시대, 독일 군사개혁이 주는 교훈

입력 2017-02-08 04:55:02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서울 출생. 관악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재정팀장. 한은 부설 경제연구원 부원장

지휘관 권한 강화 전장 적응력 높여

프로이센軍 전투력 올려 통일 기여

불확실성 높은 요즘엔 유연성 중시

기업과 국가 상황에 맞춰 전략 수정

올해 우리 경제가 처한 대외 여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확실성이 아닌가 싶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차원이 다른 기술혁신이 진행되고 있고 대세로 여겨지던 글로벌화가 반이민 정서의 확산과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럴 때에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상황 변화에 맞추어 전략을 그때그때 유연하게 수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유연성은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한 접근성도 높여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면 조직의 유연성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필자는 19세기 초 독일(프로이센)이 단행한 군사개혁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당시 프로이센군은 유럽 최강으로 평가되었으나 1806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배한 후 권한의 하부 위임을 골자로 하는 군사개혁을 단행하였다. 이는 일선 지휘관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수시로 변하는 전장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는데 후일 프로이센군의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높여 1871년 독일 통일에 기여하였다.

프로이센군이 채택한 권한의 하부 위임 방식은 목표와 취지만을 명령에 담고 달성 방법은 하위 부대 지휘관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를 임무형 전술(Auftragstaktik)이라 하는데 구현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동적인 자세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하위 부대의 자주적 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군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임무형 전술을 시도한 나라는 많으나 정착에 성공한 경우는 독일과 이스라엘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 완화를 꾸준히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피부로 느끼는 기업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규정 개정이라는 외형에만 매달린 채 규정의 해석과 집행에서의 복지부동 문제를 등한시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독일의 군사개혁이 성공한 것은 권한의 위임이 조직문화로 체질화되도록 보완적인 여러 대책들을 촘촘히 배치한 독일인들의 치밀함 덕분이다. 필자가 독일의 군사개혁을 주목하는 이유다.

독일의 군사개혁이 성공한 비결은 첫째, 상벌제도를 적극 활용한 데 있다. 상부 지시를 기다리느라 위임된 권한을 주도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경우 엄히 벌한 반면 상황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명령을 어긴 경우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둘째, 교육을 통해 하위 부대의 자주성과 군 전체의 통일성이 조화되도록 하였다. 상관과 부하 간 경험이 공유되도록 초급장교의 경우 임관 전 일정 기간 사병 생활을 거치도록 하였고 모든 지휘관들로 하여금 자신의 지위보다 1, 2 단계 높은 전술을 배우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취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셋째,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지속적인 개혁 추진이 가능하였다. 독일의 군사개혁은 군대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어서 단기간에 완성될 게 아니었다. 전통에서 벗어난 개혁 조치들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컸음은 물론이다. 프랑스 등 주변국과 치른 일련의 전쟁을 모두 승리한 1870년경에 이르러서야 내부 반발이 수그러들었으니 군사개혁이 정착되기까지 60년이 걸린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개혁적인 인사가 연이어 군 수뇌부에 임명됨으로써 개혁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군 통수권자인 프로이센왕들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가치 창조 능력에 기초한 경쟁 우위에 더하여 유연성에 바탕을 둔 적응 우위가 중시되어야 하고 기업과 국가의 지배 구조도 이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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