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의 '합리적 진보'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 지사는 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 교체를 향해 도전하겠다"고 했다. 의미는 분명하다. '투쟁의 시대'와의 결별이자 '화합과 미래로의 전진'이다.
그는 "젊은 시절 화염병과 짱돌을 들고 많이 싸워봤고, 30년 정당인으로서 비타협적 투쟁도 무수히 해봤다. 그러나 투쟁으로 풀리지 않는 현실을 목격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과거를 갖고 싸우는 정치로는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제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진영 논리에 매여 있는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유연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다른 중요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보수와 진보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해서도 여러 번 말을 바꾼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처음부터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서도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군 복무 단축 공약도 "표를 의식하는 정책 공약으로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진영'에서 보자면 모두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소신'이다. 대선 본선은커녕 경선에서 떨어지려고 작정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만하다. 안 지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길이 "전통적인 여야 지지 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길"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이 안 지사를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더 돋보이게 한다. 자기 진영에서 버림받을 수 있음에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용기는 국가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래야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정치적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지역 간, 세대 간,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닫는 우리의 현실은 이런 덕목을 더욱 필요로 한다. 안 지사에게서 그런 덕목을 갖춘 지도자 출현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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