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복무" "모병제 전환" 일단 질러놓고 보는 軍 공약

입력 2017-01-31 04:55:15

여야 후보 포플리즘 정책 쏟아내, 2020년 후 병역자원 부족하지만 복무기간 단축 경쟁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군 복무 단축에서 모병제까지 군 관련 정책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대선 시간표가 촉박한 상황에서 입대를 앞둔 젊은 층이나 부모들에게 쉽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병역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설익거나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복무기간을 줄이는 문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무기간 단축' 프레임을 문 전 대표가 선점할 조짐을 보이자, 다른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정책 경쟁에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병력을 13만 명 줄이고 10만 명의 전문 전투병을 모집하면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에서 절반인 1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 지사도 "2022년까지 병사월급을 최저임금의 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2023년부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 작성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2000년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출산율의 여파로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인 현재 복무기간을 유지할 경우 2020년을 전후로 병역자원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대 초반에는 입대자가 제대 인원보다 2만3천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복무기간을 10~12개월로 줄이면 2020년에는 부족한 병력이 1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군의 숙련도와 전문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군 관련 정책에 대해 대선주자들 사이에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선거 때만 되면 군 복무 단축 주장이 나오는데 진의가 의심스럽다. 인구 변화 추세, 국방 무기 발전상, 국제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 병력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표를 의식하는 정책 공약으로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안보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군 복무 기간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군 입대를 앞둔 10대 후반~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복무 기간 단축 등 군 관련 이슈는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이지만, 젊은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