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겨냥한 인명진 "종양의 뿌리 없애야"

입력 2017-01-03 20:21:02

친박에 '암덩어리' 규정 독설, 서청원 "최소한 품격 지켜라" 친박계와 갈등 전면전 양상

새누리당 인명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갑윤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등 친박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인명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갑윤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등 친박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당 쇄신의 첫 과제를 '인적 청산'에 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그 대상이 된 친박계가 정면충돌하면서 새누리당이 일촉즉발 위기다.

3일 인 위원장과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충돌하면서 양측의 대치가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무례하다" "품격을 지켜라"며 서로를 향해 날 선 말이 오가는 등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경우 새누리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퍼지고 있다.

취임 일성에서 밝힌 '인적 청산'의 속도를 내고자 인 위원장은 이날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기자간담회와 친박계 중진의원, 원외당협위원장, 초선 의원 면담을 소화했다. 이미 친박계를 향해 6일까지 '자진 탈당할 것'을 주문한 인 위원장은 전날 서 의원이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편지를 문제 삼으며 "무례한 일이다"고 했다.

서 의원의 편지엔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 압박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이며,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는 반발 내용이 담겼다.

인 위원장의 광폭 행보엔 의견청취와 설득을 병행하며 친박계를 압박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도 엿보인다.

인 위원장은 "당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고 핵, 종양의 뿌리는 없애야 한다. 그래야 다시 번지지 않는다"며 "핵만 제거하면 악성 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친박을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친박계는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또 '책임론=탈당'에도 선을 긋고 있다. 2선 후퇴를 선언한 최경환 의원이 전날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 서 의원이 이날 인 위원장의 "무례하다"는 말에 곧바로 입장문을 내 "금도를 벗어났다.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라"고 비난한 것도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에서는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 즉 친박계의 탈당 종용이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우택 원내대표가 인 위원장의 당내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당을 살리기 위한 비대위원장의 뜻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대위원장 의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했고 초선 의원들도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다만 재선 이상 의원 중에서는 '불만' 또는 '고민' 중인 의원들이 혼재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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