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해도 막을 방법없는 학원가

입력 2017-01-02 04:55:01

지난달 대구 의심학생 1만여명, 방학 기간 학원으로 학생 몰려

주부 김모(40'달서구 송현동) 씨는 독감에 걸린 초등학생 아들 때문에 속이 상했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독감 환자들을 격리한 덕분에 옮지 않았지만, 겨울방학 기간 동안 학원에 다니다가 독감에 전염된 탓이다. 김 씨는 학원 측에 독감에 걸린 학생들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요구했지만 학원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거부했다. 김 씨는 "방학 기간에는 학원으로 아이들이 몰리는데 감염성 질환에는 무방비 상태"라고 걱정했다.

어린이, 청소년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몰리는 학원이 감염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원의 경우 독감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데다 등원을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탓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2주차(12월 18~24일)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86.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초'중'고등학생(7~18세)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19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한 달간 집계한 독감 의심 학생도 1만6천344명에 이르렀다.

지난달 23일부터 지역 초'중'고교는 방학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이 몰리는 학원이다. 주부 신모(43'수성구 범물동) 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도 학원 교습비가 아깝다며 등원시키는 부모가 꽤 있다"면서 "교육 당국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다"고 성토했다.

북구 침산동의 입시학원 강사 A(31) 씨는 "강사들도 기침을 하는 학생이 오면 수업하기 꺼려질 정도"라며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마땅히 맡길 곳이 없는 점도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교육 당국은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인플루엔자 예방 국민행동요령'을 지역 내 학원과 교습소 등 7천500여 곳에 배포했다. 그러나 독감이 유행해도 학원 영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에 독감 감염자 수를 확인하거나 강제로 학원 운영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학원장 재량으로 자체 점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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