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내년 1월 1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면서 현충탑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다고 한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참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이유에 대해 양당 관계자들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촉박한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2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추미애 대표 역시 지난 8월 취임 뒤 같은 묘역을 찾았으며, 국민의당도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월 당 대표로서 첫 행보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촉박한 일정'이란 이유를 내세우지만 '선별 참배'로 바뀐 데에는 분명한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탄핵 정국'으로 보수층이 분열되고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의 전'현직 대표가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마음에도 없는 '퍼포먼스'였으며, 거기서 한 말 역시 진심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추 대표도 "독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공과를 그대로 존중하는 것은 바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이런 변덕은 경박함을 넘어 문 전 대표와 추 대표의 말 그대로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국민도 있지만 존경하는 국민도 있다.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들 두 국민의 분열을 앞장서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야당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대선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당 체제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른바 '집토끼'만 잡으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선별 참배'로 돌아선 것은 이를 계산한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집토끼의 입맛에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제와 분열의 정치는 수권 능력과 자격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야당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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