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슬픈 예술노동자

입력 2016-12-30 05:20:01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어김없이 붙은 '교육수도 대구' 스티커를 보며, 솔직히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 내용이 맞는 걸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수성구의 명문대 진학률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교육의 내용을 차별화하는지를 살펴보면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용복을 짓다가 보니 주변에 당연히 무용은 물론 연극,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계 지인들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의 재능을 가졌다. 무용, 연극, 음악 등을 하는 경우 '시립단원'이라는 울타리 안에라도 들어가면 생활에서 다소 안정을 찾지만, 다른 분야 사람들은 늘 생존의 그늘에서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 있다. 요즘 지역 초'중'고 대부분 방과 후 학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방과 후라는 의미가 수업 중 학습과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하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많은 학교들은 영어회화, 컴퓨터, 한자 등 여전히 학원에서나 가르쳐 줄 법한 것들 일색의 과정을 진행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것들보다는 재능 있는 지역 예술가들을 활용해서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한 학기 동안 가족 인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다든지, '가족가(歌)'를 작곡해 음반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는 것이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들에게 꼭 권해보고 싶다.

물론 일부 학교가 연극 공연을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학교가 아니라 지역 모든 학교가 한 학기 동안 같은 예술 분야를 다루더라도 세부적으로는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 그 결과를 발표하는 하나의 축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교육청이 주관해 지역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참신한 프로그램을 공모하면 더 좋은 내용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가끔 술자리나 차 한 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일용직도 안 되는 하급 예술 노동자'에 불과하다며 자기 처지를 한탄하는 뛰어난 예술가들을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간절하다. 유능한 예술가들이 지역 학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소나마 생활에 보탬도 얻고, 지역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가 학창 시절을 보내며 교훈과 급훈으로 가장 많이 마주한 것이 창조와 창의라는 단어가 아닌가? 그런데 정작 교육 과정 속에서는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교육수도 대구. 보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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