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전 국민이 동시에 고통을 받은 때는 아마 1997년부터 시작된 IMF 구제금융 시절일 것이다. 나도 그때 직장을 잃고 막막해할 때 다행히 문화사업을 하는 곳을 만나 지금까지 10여 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온 국민이 IMF 시절 못지않은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다. 교수들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사자성어에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을 가진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뽑혔을 정도다. 이는 일부 개인의 국정 농단을 관리 못 한 대통령에 대해 100만 촛불이 나타나고 탄핵안까지 가결시킨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길흉화복의 인생사는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초유의 사태 극복을 통해 새로운 정의사회가 구현되길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아직도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당 쇄신, 보수통합, 비리'물의 인사 축출 등의 자정 노력 대신, 친박과 비박 간 흠집 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야당 역시 수권 능력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마치 집권당이 된 것같이 헛발질을 많이 한다.
세계 최장수 컨설팅기업인 아서디리틀(ADL)의 마이클 트램 회장은 "위기가 없으면, 승자도 없는 법"이라며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역이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우리 옛 기록에서도 위기를 찬스로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중에도 642년은 한국사의 흐름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바로 김춘추의 딸 고타소와 사위 품석이 백제군에 죽임을 당한 해이다. 사랑하는 딸을 백제에 잃은 김춘추는 '기둥에 기대서서 종일토록 눈도 깜짝이지 않고, 사람이나 물건이 앞을 지나쳐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내 그 복수심을 품고 목숨을 건 채 고구려에 이어 당나라에까지 원군을 요청하러 떠난다.
이런 신라 지도자들의 희생과 솔선수범이 합해져 지리'문화'경제적으로 후진국이었던 신라가 7세기 들어 통일을 이루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천년왕조를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사회통합의 힘이 아닐까? 우리는 급속한 경제발전 대신 소통을 잃었다. 결국 오늘날 사태도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다가오는 2017 정유년에는 지역, 계층, 남녀, 노소 간 소통의 시대를 열어 온 국민의 에너지가 합해져 위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는 그런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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