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22일 고향 안동을 찾았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진보, 즉 '진짜 보수'"라고 주장했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보수라고 자처하고 나선 것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보수 성향의 고향 안동을 찾아서 한 립서비스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 분열과 진짜 보수'가짜 보수 논쟁과 맞물려 해석해보면 이제 보수라는 개념 자체가 헷갈릴 지경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보수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박계 국회의원마저 대거 빠져나가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공식화하면서 국회는 1990년 이후 26년 만에 원내교섭단체 4당 체제를 맞게 됐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작금의 보수에서는 부패와 분열이라는 두 악재가 '동시 상영'되는 형국이다.
보수의 지금 위기는 가짜 보수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엄밀히 말해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른 당이나 정치인보다 더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에 따라 그 성격은 달라진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도덕적이며 인간을 존중하고 법질서를 지키며 자유시장 경쟁이념을 숭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회주의자들이 보수 열차에 무임승차를 했다. 우리 스스로 광복을 맞지 못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다 보니 친일 부역자와 사대주의자들이 보수라는 우산 아래 숨어들었다. 이념으로 무장되지 않은 이들 가짜 보수는 필연코 부패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보수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뀌지 않는 것이 사람의 특성이다. 보수에 무임승차한 가짜 보수들 중 일부는 최순실 정국 이후 정치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시 '신분 세탁'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가려내고 심판하는 것은 온전히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치적 혼란과 추태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이 더 심해진다면 제2의 최순실, 제3의 최순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촛불 민심 에너지를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의 위기가 나라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란상도 고통스럽지만 어차피 통과해야 할 일이기에 슬기롭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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