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서 여당 압승 예측 뒤집혀
美대선'브렉시트 투표도 예상 틀려
최근 여론조사 오류 도리어 역이용
지지층 결집 노린 엄살 작전도 펼쳐
가끔 집에서 TV를 보고 있자면 여론조사라면서 자신들의 논거를 제시하는 논객을 더러 본다. 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이러한 본성을 근저로 한 여론조사는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기가 어렵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예측은 여론조사의 맹점을 그대로 노출하였다.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은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선거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되었다. 여론조사가 틀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랜던(Landon) 후보와 민주당 루스벨트(Roosevelt) 후보와의 대결에서 당대 최고의 잡지사인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Literary Digest)는 이 잡지를 구독하는 1천만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우편 설문지를 바탕으로 랜던의 승리를 예측하였으나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1948년 미국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민주당 트루먼(Truman)이 4.4%포인트 차이로 공화당 듀이(Dewey)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기도 하였다. 사전에 인쇄된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의 조간은 헤드라인을 '듀이, 트루먼을 격퇴하다'(Dewey Defeats Truman)라고 뽑았으나 결과는 트루먼 49.6%, 듀이 45.1%였다. 이는 희대의 오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여론조사를 기초로 선거 당일 아침까지도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예상하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도 언론의 여론조사와 국민투표의 결과 역시 달랐다. 이에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짚어보면 샘플링의 문제이다. 통계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악마가 디테일에 숨어 있는 것과 같이 거짓은 샘플링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랜던과 루스벨트 대결의 여론조사는 샘플링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랜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공화당 지지자로 부유층이 많아서 설문에 응답한 샘플의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다수 트루먼 지지자들은 하루하루 생활하기 빠듯해 설문에 응답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샘플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오류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를 노리기 위해서이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종의 편승 효과로 사표 방지 심리를 활용하여 승산이 있는 쪽으로 투표자가 모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모방 효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떤 재화에 대해 수요가 많아지면 잠재 수요자들도 그 경향에 좇아서 수요를 더 증가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언더독 효과는 약자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으로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처럼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경쟁에서 뒤지는 편에게 동정표가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엄살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미국 대선 때 여론조사 예상에서 뒤지던 트루먼이 듀이를 물리치고 당선되자 언론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민심 왜곡현상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불만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릇 위정자라면 백성의 의견을 기탄없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당나라의 위징(魏徵)은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하루는 당(唐) 태종(太宗)이 남산으로 나들이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위징이 들어왔다. 위징이 황제의 나들이를 반대할 것을 잘 아는 태종은 즉각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천하의 당 태종조차도 위징의 직언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무릇 권력을 가진 자는 모든 잘못에 '내 탓'이라고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원(元) 영종(英宗)이 승상 배주(拜住)에게 물었다. "지금 시대에는 위징과 같이 직언할 수 있는 신하가 없단 말인가?" 배주가 답하기를 "그 임금에 그 신하이옵니다. 둥그런 쟁반에 담긴 물은 둥근 모양이 되지만, 모난 잔에 물을 담으면 모가 나는 법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는 일화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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