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탈당을 선언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당 추진 측은 23일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내년 1월 20일쯤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정하고 분과별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탈당파들은 이에 앞서 오는 27일 집단 탈당 후 원내 교섭단체로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당이 과연 보수 진영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정치 세력이 될지 아니면 선거를 앞두고 급조됐다 소멸했던 단명(短命) 신당의 하나로 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를 판가름하는 것은 정강 정책에 어떤 가치를 담아내느냐이다. 신당은 당명 그대로 '개혁 보수'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는 막연한 총론일 뿐이다. 정강 정책의 각론에서 구체화되어야 생명력을 갖는다. 그러나 '개혁 보수'의 각론적 구체화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보수의 가치를 보전하면서 개혁을 지향한다는 것은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절충'이거나, 각론끼리 충돌하는 잡탕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함정을 피하지 못하면 신당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의 가치란 간단히 말해 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존중이다. 그 바탕 위에 경쟁에서 뒤처진 개인을 국가가 보살핀다는 것이 보수의 지향점이다. 그래야 사회의 활력이 살고 혁신이 꽃핀다는 것이 보수의 신념이다. 그런 점에서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말은 상당히 걱정스럽다. 그는 "대북 정책은 정통보수 그대로 가되 경제, 교육, 복지, 노동 등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개혁적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대북 정책은 보수로 가겠다는 것은 방향을 잘 잡았다. 하지만 경제, 교육, 복지, 노동 등은 더 개혁적으로 가겠다는 것은 우려를 낳는다. 국가의 개입적 지원을 더 늘리겠다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심화되는 양극화는 국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가의 재정 능력 한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훨씬 개혁적'으로 가더라도 그 한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수 정당은 있었지만, 보수의 가치를 확고히 인식한 진짜 보수 정당은 없었다. 권력, 금력, 일신의 영달만 꾀하는 정상배들의 사당(私黨)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보수가 수구(守舊)로 매도되는 이유다. '개혁보수신당'이 이런 보수의 흑역사를 청산하기를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