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시설 인근에 축사 증축 막아야"

입력 2016-12-23 04:55:02

포항시 축사 건축 제한 조례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만 빠져 베들레헴공동체 등 시정 요구

포항 베들레헴공동체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과 소속 직원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중증장애인 시설 부근에 축사 건축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들레헴공동체 제공
포항 베들레헴공동체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과 소속 직원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중증장애인 시설 부근에 축사 건축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들레헴공동체 제공

포항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베들레헴공동체' 인근에 축사 증축공사가 진행되면서(본지 14일 자 12면 보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증장애인 시설 부근에 축사 건축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8조 1항)에 따라 '조례'를 통해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지정'고시할 수 있다.

이에 포항시는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를 제정, 주거 밀집지역(5가구 이상)이거나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요양병원)'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원) 300m 이내에는 소를 키울 수 없도록 했다. 이 밖에 젖소, 말, 돼지 등은 200~800m 제한구역을 두고 있다.

조례가 이렇게 제정된 것은 '최소한 이 정도는 떨어진 곳에 축사가 들어서야 주변 거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입원한 환자 등과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할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가축사육 제한지역 대상에서 빠져 있다. 중증장애인은 홀로 생활할 수 없는 데다, 일부는 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등 쾌적한 환경과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베들레헴공동체에 입소한 중증장애인 역시 13명 대다수가 폐가 약하고, 이 중 9명이 1급 장애인이며, 뇌병변장애를 앓는 장애인이 4명이나 된다.

결국 소 10마리를 키우는 축사가 시설을 증축, 80마리의 소가 축사에 들어온다면 지금의 쾌적한 환경을 해쳐 중증장애인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시설 측은 하고 있다.

더욱이 이 조례가 장애인들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제정된 것으로 비치면서, 포항시의 정책이 장애인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포항 한 중증장애인시설 관계자는 "만약 조례를 만들 당시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주변 축사 제한 내용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포항시의 장애인 정책을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요양병원 환자에 준하는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인근 지역에 가축사육이 제한돼야 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 내 포항시 조례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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