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혈세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쓰기도 아까운데 죽은 사람 기념하는데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이 거침없지만 살펴보면 새겨둘 가치는 없다. 지난 17일 구미 촛불집회에서 내뱉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시장인 성남시에 빗대 구미시를 깔아 내렸다. "성남시가 청년 배당과 산후조리 지원 등 복지에 돈을 쓸 때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그의 헛소리 같은 발언에 별 뜻을 두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의 발언은 생각 없이 그냥 토(吐)해 낸 말로 치부할 만하다. 시민들의 촛불집회 참여 독려와 은근슬쩍 자신을 드러내 돋보이려 함이다. 또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깊은 애정 탓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가뜩이나 속이 상한 대구경북 사람에게 염장 지를 목적일 터이다.
산 사람에게 돈을 쓰는 일은 마땅하나 죽은 사람을 위해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일도 숱하다. 그에게는 1932년 12월 19일 일본에서 25세 피 끓는 나이로 총살당한 윤봉길 같은 의사를 위해 서울과 중국 상해에 매헌(윤봉길의 호)기념관을 만들고, 고향 예산에 매헌숲을 조성하는 일조차 우상화 사업이고 돈 쓰는 일은 아까운 낭비일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과 달리 시민 혈세를 죽은 사람 기념에 쓰는 나라나 심지어 사재까지 터는 사람은 많다. 지난 15일 스페인 마요르카섬 팔마시에서 개관한 안익태 기념관도 그렇다. 당초 안익태 작곡가가 살던 집은 경북 울진 출신의 스페인 교포 기업인(권영호)이 1990년 사서 정부에 기증해 마침 올해 그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스페인 한국대사관이 수리해 기념관으로 꾸몄다.
고종 황제의 밀사로 세계에 조선 독립을 호소하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은 이준 열사를 기리는 기념관도 같은 맥락이다. 네덜란드 교포사업가(이기항)가 당시 이준 열사가 목숨을 끊은 호텔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1991년 사재 16만달러에다 전경련의 협찬 4억원을 보태 산 뒤 1995년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많이 배우고 지위에도 오른 공직자의 헛소리에도 지지도가 오르는 일이 신기하고 이상할 따름이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터진 입이라고 산 사람을 빌미로 죽은 사람 기념하는 일을 함부로 욕되게 하지 말고 죽은 사람을 왜 기념하는지 곰곰이 되새겨 보길 바랄 뿐이다.
정인열 논설위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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