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공항 이전이 부동산사업인가

입력 2016-12-20 04:55:05

대구공항'K2 통합이전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사업이다. 현재,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이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문제가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는 힘든 사업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 하나만큼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 얘기를 하자면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공항'K2 통합이전을 지시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배려했다' '영남권 신공항 무산의 보상'이라며 크게 반겼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정부 지원금 한 푼 없이 이전 비용을 스스로 만들어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 때문에 'K2만 옮기고 대구공항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지만, 이제는 잦아들었다. 한 공무원은 "진작에 최순실을 알았더라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물론이고, 대구공항'K2 이전에 정부 돈을 왕창 지원받았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힘겹고 고통스러운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어찌 보면, 공항 이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사업이다. 새집 지어 이사한다면 즐거워야 할 텐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전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이전 방식만 보면 땅 팔아 돈 만드는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다를 바 없다. 법률에 따라 K2 이전터를 매각해 그 돈으로 신공항 건설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액수가 2026년 기준으로 7조2천500억원이다. 그 큰돈을 만들려면 얼핏 떠오르는 것이 아파트를 짓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대구시의 토지이용 계획을 보면 K2 이전터는 665만8천951㎡(201만8천 평)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25.5%인 51만여 평은 주거 용지, 즉 아파트 용도로 돼 있다. 상업'업무 용지가 6.7%, 산업 용지 14.8%, 공원'녹지'기반시설 등 53% 등이다. 대구시는 주거 용지에 쾌적하고 널찍한 환경의 아파트 2만1천 가구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택업계에 따르면 1만 평에 아파트 600~700가구를 지을 수 있으니 수익성 차원에서 3만 가구 이상이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는 가뜩이나 업무용 빌딩'상업용 건물은 없고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기형적인 도시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엄청난 물량의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하니 영 마뜩잖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는 48만6천653가구이고 최근 3년간 5만 가구를 넘는 아파트가 분양됐으니 그야말로 볼 것이라곤 아파트밖에 없는 도시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실수요자가 20~30%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외지인과 투기꾼의 놀이터임을 누구나 아는데, 대구시가 앞장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13만5천여 평의 상업'업무 용지에도 빌딩이 일부 들어서겠지만, 대부분 대형 쇼핑몰이나 수천 개의 상점으로 채워질 것이다. 한때 손님이 들끓던 동구와 달서구 등의 아울렛, 상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데, 또다시 대규모 상가가 조성되면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K2 이전터 개발을 놓고 일부는 '대구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개발을 통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상당수는 부동산 가격 폭락, 공급과잉 등의 이유로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항 이전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파트와 점포를 짓는 '부동산 개발' 방식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미래에 재앙거리로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가 외자'테마파크 유치 등을 통한 새로운 개발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획기적인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무턱대고 땅 팔아 이전비를 마련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듯'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권영진 시장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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