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문시장에 큰 화재가 발생하여 수많은 상인들의 가슴에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고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1601년(선조 34년)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된 이래 1679년 감영의 서문 밖으로 옮기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조선 후기에는 삼남(경상, 전라, 충청)의 최대 시장이었으며, 평양장, 강경장에 이어 조선의 3대 시장의 하나로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던 서문시장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 수차례에 걸친 대형 화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더불어 부침을 거듭해 왔다. 한때는 우리 지역 전통시장 전체 거래 금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서문시장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현대적인 유통업체가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유입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겨난 내성으로 상인들 스스로가 현대적인 유통업체에 대응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값싸고 좋은 품질로 경쟁해 왔다. 특히, 주차시설 확충과 더불어 도시철도 3호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주변 관광지와 더불어 사람이 모이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인해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고,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을 겪고 있는 상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아리고 측은지심이 생겨난다.
우리는 왜 사전에 이런 재난에 대응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하는지 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찰과 고뇌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네 탓, 세상 탓할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의욕을 되찾고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와 대구시는 피해 상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 지원은 물론, 대체 상가를 신속하게 선정하고, 항구적인 안정 대책이 완비되도록 4지구를 복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완전한 복구 시점에 맞추어 약령시와 근대골목, 계산성당 등 다양한 볼거리와 연계한 패키지 관광 코스 개발은 물론, 대구경북의 다른 곳을 관광한 이후에 자연스럽게 서문시장에서 쇼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세계적인 명품시장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살피고,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피해 상인들의 뜻을 한곳으로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 화합하는 가운데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해 주기를 당부한다. 서문시장은 누가 뭐래도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고 서민 경제를 이끌어가는 바로미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을 뛰어넘어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소통의 장(場)인 동시에 커뮤니티 공간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피해 상인을 돕고 서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신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한다. 십시일반 정신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으로, IMF 금융위기 때는 금 모으기 구국 운동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바 있다. 우리의 공동체 정신 회복과 피해 상인 지원을 위한 십시일반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우리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더 행복해지고, 흔들렸던 만큼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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