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는 언제나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곳에서 일어난다. 서문시장 4지구 화재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소방'행정 당국과 상인들의 안이함과 무책임이 빚어낸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화재 위험을 늘 안고 있는 곳인데도, 경각심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전통시장 화재안전진단 보고서'에는 서문시장 4지구의 멀티 탭과 배선 상태 양호율이 90.8%로 나타나 조속한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전기시설 불량의 경우 화재 발생, 감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지만, 이를 긴급하게 보수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경찰이 화인으로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인 요인을 높게 보고 있는 이유다.
중구청의 태만도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구청은 안전시설 관리를 상인들의 자체 점검에 떠넘기고, 1년에 한 차례씩 현장을 눈으로 점검하는 것이 전부였다. 상인들이 위탁한 전문방재기관에서 만든 안전점검표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미로 같은 통로마다 쌓인 적치물과 수많은 전열기, 배선, 막힌 소방통로 등을 보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과연 점검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기가 찬 것은 구청이 불법으로 증'개축한 건축물이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시설 정비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했지만, 상인들에게 맡겨둔 채 방치했다. 상인들의 안전불감증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상인들이 늘 화재를 염두에 뒀더라면 이런 날벼락은 없었을지 모른다.
예전부터 대형 화재가 주기적으로 일어났는데도, 행정 당국, 상인, 모두가 안이했고 무책임했다. 큰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시와 중구청, 소방서, 상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서문시장 화재'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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