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靑요청 거절 어려워"…특검 '뇌물죄 공방' 예고

입력 2016-12-06 19:13:57

기업 총수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 총수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재벌·기업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박영수 특별검사의 뇌물 의혹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요 기업 총수는 재단법인 미르와 K 스포츠재단 등에 출연한 돈의 대가성을일제히 부인했다.

 출연 당시 기업의 경영 판단을 그대로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액면대로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특검이 뇌물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는 얘기다.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당시 청와대 제안의 공익적 측면에 주목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대가성을 부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는 기업에 선택권이 없었다며 '피해자' 성격을 부각했다.

 검찰이 최 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최 씨 등이 공모해 기업 등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행위를 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한 것을 의식한 답변으로 볼 수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고 언급했고 이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강요냐 뇌물이냐'는 질문에 "그 당시에 그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허 회장은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출연했느냐는 물음에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다.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할당 액수만큼 낸 것으로 사후에…(파악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과 기업 간에 이뤄진 일련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암묵적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고 일부 회사는 수사,세무조사,사면 등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혜택 또는 불이익 회피를 기대하며 큰돈을 내놓았으므로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개별 지원한 것은 공익성을 이유로 정당화하기 쉽지 않으며 대가성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삼성이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정 씨를 직접 지원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최근에 다 보고받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들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박 특검은 검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최 씨 등을 기소한 것이 "구멍이 많다"고 최근 평가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박 특검이 기업의 자금 출연에 대해 뇌물죄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는 기업 출연금이나 최 씨 또는 딸 정유라 씨 측에 제공한 혜택이 제삼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렸다.

 형법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줄 것을 요구·약속한 때 제삼자 뇌물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직권남용이 아닌 뇌물죄를 적용하게 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지지만 그만큼 입증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삼자 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 기업을 피해자로 규정하지만,뇌물죄를 적용하면 공여자로 간주해 기업도 처벌 대상이 된다.

 따라서 향후 수사에서 기업과 특검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6일 청문회에서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처음에는 (조 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조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특검 수사에서도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주요 증인들의 발언을 면밀히 살피며 향후 수사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청문회는 수사 실체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언급하는 것은마땅치 않다"면서도 "철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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