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진화 실패한 2005년 2지구 화재 '판박이'
서문시장 4지구 화재는 초기 진화 실패부터 대형 화재로 번진 점까지 2005년 2지구 화재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11년 전 대형 화재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소방훈련 등 각종 화재 대비 노력을 해왔지만 모두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에 대한 전통시장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11년 전의 데자뷔? 초기진화 실패
이번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초기 진화 실패가 꼽힌다.
소방도로를 점거한 노점과 판매물품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던 점은 11년 전에 비해 변하지 않았다. 2005년 2지구 화재 당시 좁은 소방도로에 양쪽으로 차지한 노점과 화재 현장을 순식간에 점령한 상인과 시민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은 물론 소방관들이 물 호스를 옮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당시 대구시와 중구청은 소방통로를 확보하겠다는 대책안을 발표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이번 화재에서도 신고 2분여 만에 소방인력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진입로에 쌓아둔 물건과 좌판으로 인해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워 초반에는 소방관들이 휴대용 소화장비를 이용해 진화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불을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스프링클러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점도 같다.
이번에 불이 난 4지구에는 1천300여 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2005년 2지구 화재 당시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큰불로 번졌기 때문에 일부 상인들은 이번에도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화재 발생 초기 진압용인 스프링클러가 인화성이 강한 이불, 의류 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번진 큰불을 잡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번지는 불 막고, 소방통로 트고
서문시장은 2005년 2지구 화재의 교훈으로 초기 진압용 스프링클러를 시장 건물마다 설치하고, 정기적인 소방훈련을 벌이는 등 화재 대비에 신경 써왔다. 하지만 4지구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지면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불이 날 경우 순식간에 대형 화재가 되는 점 때문에 '화재 확대 방지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문시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통시장에는 불이 나더라도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벽이나 방화구역, 방화셔터 등의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대형 화재가 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 없다 보니 시장 건물에는 한 평이라도 판매공간으로만 활용하고, 화재 확대 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는다. 방지 시설이 있다면 화재가 옆으로 위층으로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화재 대비 의식변화가 중요하다.
전통시장에서 정식 배선이나 배관이 아닌 임시 배선'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건물 앞에 적재물품이나 좌판 등이 소방통로를 막고 있어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대형 화재의 원인이다. 공 교수는 "소방안전을 위한 소방통로 확보 등은 행정당국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인들 스스로가 안전성이 검증된 배선'배관을 사용하고, 특히 화재에 취약한 시간대인 영업 이후에는 좌판과 적재물품을 깨끗하게 치워 소방통로를 확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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