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이 떠넘긴 퇴진 일정, 이제 국회가 합의할 때

입력 2016-11-30 04:55:02

박 대통령의 '무서운 함정'은 야당이 자초

야당은 국정 관리 능력 여부 시험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가 결정해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탄핵과 퇴진 중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의 하야와 2선 후퇴 요구를 거부하고 "차라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논란을 매듭지어달라"며 탄핵을 자청한 것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탄핵 찬성파가 늘어나면서 탄핵안의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친박계 핵심 중진의 '질서 있는 퇴진' 건의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하야 일정 및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선언하라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29일 담화 내용과 똑같다.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야권은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라며 일제히 거부했다. 그리고 탄핵 소추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을 눈앞에 두고 박 대통령의 요청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대로 박 대통령의 '무서운 함정'에 빠진 꼴이다.

이는 야당이 자초한 것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만 했지 그 이후 정국 관리 대안은 없었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탄핵 이후 국정을 안정시키려면 먼저 총리를 뽑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직 탄핵에만 꽂혀 있다. 탄핵 이후 국정을 관리할 시스템이 선결되지 않으면 탄핵은 더 큰 국가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것이 야당에는 정권 탈환의 기회일지는 몰라도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따라서 야당은 지금이라도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지금의 국가적 혼란을 즐기겠다거나 아니면 아예 국정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야당은 시험대에 올랐다. 야당이 파당(派黨)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지, 그리고 정말로 야당이 수권 능력이 있는지가 가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기는 쉽다. 일반 국민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은 달라야 한다. 국민의 요구를 합리적인 대안으로 꾸려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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