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복' 기부로 '래복'(來福)하세요!

입력 2016-11-30 04:55:02

근대생활사의 한 획이라고 하면 바로 '빨간 내복'이 떠오른다.

왜 그 많은 색 중에서 하필 빨간색인가 살펴보니 내복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등장했던 1960, 70년대 나일론에 염색하기 가장 쉬운 색이 바로 빨간색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계절로는 여름, 방향으로는 남쪽을 상징하는 '빨간 내복'은 저렴하고 따뜻한 색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이었기에 첫 월급을 탄 자녀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1순위로 올라서면서 198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과거 내복이 저렴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면, 요즘 내복은 다양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보온성에 기능성까지 갖춰 눈길을 끈다. 얇고 기능적이고 패션성이 강화된 히트텍 등 패션 내복의 등장으로 이제 내복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빨간 내복이든, 패션 내복이든 내복에 담긴 의미는 하나일 것이다. 바로 '따뜻함'이다. 겨울철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동시에 밖으로 나가는 체온을 보존해주는 내복이기에 입는 사람은 따뜻함을 느끼고, 선물하는 사람들은 그 마음을 담아 따뜻함을 전한다. 올겨울 한파도 유난히 매서울 것 같은 지금, 내복에 담긴 따뜻함을 꼭 전해 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 바로 농어촌의 취약계층인 '홀몸노인들'이다.

특히 겨울철 사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소득원이 거의 없는 홀몸노인들은 난방비가 아까워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마주하곤 한다. 추운 겨울 온몸을 움츠린 채 춥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가슴 한쪽이 아려 올 것이다. 이렇게 내복 한 벌이 아쉬워 추운 겨울을 보내는 홀몸노인들께 따뜻함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서 최초로 추진한 '사랑의 내복펀드'다.

'사랑의 내복펀드'는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농어촌 홀몸노인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하고 있다. '1만원으로 1벌의 내복을 1명의 홀몸노인께'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내복펀드는 2006년 344벌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3억4천만원을 모금해 3만2천 명의 농어촌 홀몸노인께 사랑의 내복을 전달했다. 2014년에는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체결, 추진함으로써 공사 임직원을 비롯해 경북도내 기업 및 단체, 도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대외모금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올해 내복펀드도 이달 2일부터 30일까지 경북지역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금을 실시하고 있으며, 펀드 모금이 완료되는 대로 농어촌에 계신 홀몸노인께 내복을 전달해 따뜻한 사랑의 온도를 높여 드릴 예정이다.

농어촌 홀몸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에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도 끊기고 비싼 난방비가 두려워 담요 한 장, 전기장판 하나로 홀로 외롭게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을 앞둔 11월의 끝자락, 다시금 겨울이 돌아왔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줄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다.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비싼 난방용품이나 돈보다 동장군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그 속에 담긴 작은 사랑이다.

다가오는 연말 빨간 내복, 패션 내복 등에 담긴 따뜻함을 생각하며 소외된 농어촌 홀몸노인들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내복'에 담은 작은 사랑으로 모두에게 복이 올 수 있는 '래복'(來福)의 기회를 만들어 보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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