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논의 통해 정권이양" 여야 퇴진 시점·방식 입장 차…탄핵 시계 늦추려는 꼼수?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촛불 민심과 각계의 퇴진 요구에 대해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그러나 퇴진 방안과 일정 등을 모두 정치권에 떠넘김으로써 당면한 탄핵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장기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퇴진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임기 단축' 등을 위해서는 원포인트 개헌 등이 불가피해 이같이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을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정치권은 당초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를 통해 본인의 즉각적인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연루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 뒤 특검 수사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 '안정된 정권 이양 방안' '일정' 등을 모두 '여야 정치권의 논의'로 돌리면서 공을 국회로 넘겼다.
이는 탄핵 등 박 대통령의 퇴진 방식에 대한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유도해 당장 다가온 탄핵 국면을 비켜감으로써 자신의 퇴진 시점을 최대한 늦춰보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또 여야는 물론 같은 당 안에서도 입장 차가 뚜렷한 개헌 문제를 퇴진 방안의 하나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보겠다는 속내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여야는 물론 여권 내 계파 간에도 탄핵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방식, 개헌 등에 대해 상당한 입장 차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단일한 방안으로 묶어내기는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담화에서 '최순실 사태'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강조함으로써 향후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과의 공범 관계'라는 것을 전면 부정하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어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고 말해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등 혐의를 오로지 최 씨와 청와대 참모 등의 잘못으로만 돌린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퇴진 방식과 일정 등 '뜨거운 감자'를 정치권에 떠넘겨 탄핵 국면을 돌파하고,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해 책임을 회피해보려고 하는 등 두 가지 포석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