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중독 주의보

입력 2016-11-30 04:55:02

만병 부르는 달콤한 유혹 어린이 엄격히 제한해야

설탕은 매혹적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은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하고, 서툰 요리도 맛깔나게 만들어준다. 몸이 지치고 피로할 때 가장 빨리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통증을 덜 느끼게 한다. 단기 기억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설탕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설탕은 건강을 해치는 '악마' 취급을 받는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을 일으키며 고혈압과 당뇨, 노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가공식품과 빵, 과자에 알게 모르게 포함된 설탕은 과도한 설탕 섭취를 유도해 건강을 해치기 쉽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 등 가공식품 속 당류는 대부분 단당류로 혈당지수(GI)가 높아 몸에서 빠르게 소화'흡수되기 때문에 각종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공식품 속에 숨은 설탕의 비수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당류 섭취량을 50g 이하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WHO의 권고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일일 당류 섭취량은 2007년 33.1g에서 2013년 44.7g으로 늘었고 올해는 50g을 넘길 전망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없다면 설탕을 적당히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량의 설탕은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이다. 달짝지근한 음료 한두 잔만 마셔도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설탕 등 당류는 즉시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다 쓰지 못하고 남으면 지방으로 바뀌어 체내에 축적된다. 당류를 하루 5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이 될 확률은 39%, 고혈압 66%, 당뇨병 41%로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설탕을 과하게 먹으면 체내 칼슘을 배출해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이고 활성산소를 유발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을 망가뜨려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되고, 몸의 수분을 빼앗는 대신 유분을 늘려 여드름을 유발한다.

◆달콤한 '마약' 즐기다가 중독된다

설탕은 중독성이 있다. 설탕은 많이 먹을수록 단맛의 역치가 높아진다. 점점 더 많이 먹어야 단맛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설탕을 자주, 많이 먹는 습관이 들면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평소에도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 저혈당 상태가 되면 더욱 많은 당을 갈구하게 된다.

설탕 중독은 마약만큼 끊기 어렵다. 특히 식습관이 막 형성되는 어린이는 설탕 섭취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최근 미국심장학회는 2~18세 아동'청소년의 하루 설탕 섭취량을 25g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2세 미만 영유아의 식단에서는 설탕을 완전히 빼는 것이 건강한 입맛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탕 중독을 막으려면 우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내 인슐린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단 음식에 대한 열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식사를 거르게 된다면 고구마나 사과 등 GI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빵이나 케이크, 청량음료보다는 과일의 단맛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단 음식으로 해소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고혜진 교수는 "만성질환 환자는 설탕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고 가공식품은 성분표에서 당 함유량을 꼭 확인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