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다듬다
"동화사 법당 앞마당에 서면 대웅전 좌측에 금당선원이 있고, 금당선원 위쪽으로 아주 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봉우리가 장군봉으로 금당선원과 약수암의 주산이다. 약수암 뒷산의 형세는 동봉을 백호 삼고, 갓바위가 있는 관음봉을 청룡으로 삼아 아주 큰 산중 호랑이 한 마리가 비슬산을 마주하고 앉은 형국이다. 진제 스님은 약수암을 새로 세운 일로 종정이 되었고, 동화사가 총림으로 승격되는 경사가 일어났다. 여기에 일제가 헐어냈던 대견사까지 중창하면서 달구벌 중흥기가 도래했다."풍수가 일봉 김경우 씨가 평가하는 동화사 주변의 산세와 사람살이다.
청도에 근거를 두고 전국의 산천을 살피고 다니는 풍수가 일봉 김경우 씨가 대구와 경북 일원에서 겪은 풍수사례를 중심으로 책을 펴냈다. 30년에 가까운 경험과 사례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인데, 공간 선택으로 운명을 다듬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풍수의 핵심은 공간 구분에 따른 공간 선택이며, 이를 통해 주어진 운명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물, 공기, 햇빛, 시간과 공간의 바탕 위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물, 공기, 햇빛이 필요하지만 그중에 사람이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공간뿐이다. 나머지 4가지는 선택한 공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 사람이 취사선택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공간이 정해짐에 따라 상황은 주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산줄기와 강줄기, 길, 담, 심지어 벽도 공간을 가르는 요소다. 같은 건물 안이라도 배치에 따라 응축된 기운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공간이 달라지면 그 속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작용이 달라져 기운이 바뀌기 마련이다. 기운이 달라지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관점이 달라지고,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고, 옮고 그름의 기준과 좋고 나쁨의 기준도 달라진다. 사유의 가닥이 갈라지면 운명도 바뀐다. 어떤 공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풍수지리는 명당이니 길지니 하는 말을 떠나 공간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어떤 공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요소들과 어울려 공간 안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진다. 공간 선택의 갈래를 따라 세상이 엮여 돌아가는 순서와 모양이 달라진다. 특정한 환경 아래서 익힌 습관이 쌓여서 운명을 바꿔놓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를 환경공학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풍수법을 접하게 된 계기, 스님에게 전수받은 풍수법을 기준으로 7년 동안 치열하게 답산하던 일, 풍수에 눈을 뜨게 된 이야기, 그 이후 10년 동안 실전경험을 통해 스스로 풍수법을 세워온 과정 등을 담고 있다. 또 자신만의 풍수법을 다듬은 뒤 10년 동안 풍수를 보며 접한 내용을 담았다.
지은이는 답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글로 눈을 뜨고, 문자로 이해한 풍수가들은 마음의 형상을 갖고 있기에 천지자연을 자신이 이미 그린 그림 속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것은 내가 그린 그림이지 자연의 마음이 아니다. 반풍수가 집안을 망친다는 말은 그런데서 연유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덧붙인다.
모든 씨앗이 다 싹을 내는 것이 아니듯 터라고 해서 다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수억년 동안 힘을 비축하고 기운을 응축했음에도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 터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난개발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도 천하를 경륜할만한 자질을 가지고도 시대를 못 만나서 그냥 범부로 살다가 가는 것처럼 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간과 시절의 조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사례들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고 있어서 소설을 읽듯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9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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