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대결, 할매가 이길까 듣고 자란 손주가 이길까

입력 2016-11-25 04:55:02

안동사투리 경연대회…26일(토) 안동시민회관

지난해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린 제6회 안동사투리 경연대회의 한 장면.
지난해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린 제6회 안동사투리 경연대회의 한 장면.

"안동말 대회한다 카디더. 마카다 보러 가시더. 26일 토욜이시더. 점슴 단디 자시고 안동시민회관 오마 되니더. 올개 하마 일곱번째라 캐가꼬 마카 마이들 온다니더.

학생, 아지매, 아재, 할매까정 와가 안동말 얼매나 잘 하는동 본다디더. 얼라들도 그쿠 쎄가 빠지게 해가 상도 받고 했잖니껴. 무대에 올라가가 이래저래 이바구하고 나머 점수를 마카 매기잖니껴.

그란데 그 전에 사람들이 마카 웃어가꼬 누가 젤 잘하는지 대분에 아니더. 구경하는 사람도 안동말 알아묵으마 마구 웃고 난리나니더. 테레비보다 더 우스와. 마카다 함 보러 오세이."

#15개팀 4분 동안 안동사투리 뽐내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 못잖을 듯

경북 북부지역 사투리의 자존심, 안동사투리 경연대회가 26일(토) 오후 2시부터 안동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15팀이 참가해 사투리 실력을 겨룬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사투리 구사력은 고령자일수록 뛰어나다. 그러나 노인들에게서 듣고 자란 후대들의 실력도 만만찮다. 대상, 최우수상 등 상위권 수상자 중에는 고교생과 20대가 적잖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각 4분 안팎. 심사위원으로는 안동대 국문과 교수 등 지역 사투리를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됐다. 사투리 구사 능력에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됐지만 내용의 참신성, 연기력, 관중 호응도 등도 심사 대상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에서 이미 순위가 결정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주최 측은 관객이 안동사투리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경희 안동문화원 사무국장은 "사투리는 우리 지역의 정체성이다. 이번 대회 역시 지역 정체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의 054)859-0825.

◆"안동방언사전 계기로 7회째 대회 열어…일종의 기록"

#문경은 작년 첫 개최·강릉은 23회째

"사투리 경연대회 왜 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이재춘 안동문화원장은 "사투리라는 언어문화의 재조명이자, 일종의 기록"이라고 했다.

특히 사투리 경연대회는 사투리의 저변 확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했다. 무엇보다 표준어 중심의 현대 국어교육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사투리가 사라져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딱히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저 사투리를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 번 웃고 넘기자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안동사투리 경연대회는 올해로 7회째다. 2009년 안동문화원에서 출간한 안동방언사전이 대회의 계기가 됐다. 지역에서 무심코 쓰는 말들이 사전으로 내놓고 보니 사투리가 그저 격이 낮은 말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투리를 뽐내고 지키려는 노력은 비단 안동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경북에서는 문경이 지난해 첫 대회를 열었고, 단오(6월 9일)에 열린 강원도 강릉사투리대회는 올해로 23회째였다.

사투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제주도다. 2007년 9월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제주어 보전 육성위원회와 제주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제주 KBS는 제주도와 관련 있는 이야기들을 제주 방언으로 전한다. 매주 화요일 지역민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보물섬'이라는 프로그램 중 한 꼭지인 '제주어 다큐드라마-불휘지픈 제주'다. 표준어 자막이 붙어 전파를 타지만 제주어를 적극적으로 지켜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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