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 된 대한민국 정치의 현 주소를 보면서, '막장 신춘향전'이 떠올랐다. 오만방자한 향단이의 국정농단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한 장의 사진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그 사진은 바로 1979년 6월 열린 '제1회 새마음 제전'에서 향단이가 춘향이를 밀착 수행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춘향이를 반겨주고, 향단이는 춘향이를 보좌하면서 자신도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이 막장 신춘향전은 둘의 잘못된 우정이 빚어낸 국가 파탄을 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춘향이는 아버지가 왕이었던 왕족이며, 향단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춘향이와 연분을 뿌렸기 때문에 마치 무슨 말 못할 비밀이라도 알고 있는 듯 당당한 수행녀처럼 행세했다. 젊은 시절부터 30년 세월동안 둘의 우정은 변치 않았고, 서로에 대한 비밀도 잘 지켜져왔다.
춘향이가 여왕 자리에 오르면서 향단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향단이는 여왕이 된 춘향이를 든든한 백 삼아, 불법으로 국정에 깊숙히 관여할 뿐 아니라 자신과 딸을 위해 부정축재까지 일삼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향단이의 전 남편과 다른 자매도 춘향이를 거들먹거리며, 많은 부(富)를 축적했다.
향단이가 처음부터 국정농단을 기획했던 것 아닌 것 같다. 집권 초기에는 연설문 정도를 봐주고, 춘향이가 큰 행사가 있거나 외국에 나갈 때 의상 및 패션, 피부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집권 3,4년차에 이르자 '이제 내 세상이 열렸다'는 생각에, 나라의 큰 부잣집 곳간(대기업)에서 재물을 강탈하고 국가의 주요 정책(창조경제, 문화융성 등)과 인사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향단이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방 격인 '내시 3총사'가 왕궁 안에서 향단이의 뒤를 받쳐주니, 그야말로 노 브레이크(No Break) 질주를 했다. 뒤늦게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한 향단이'의 실체를 알게된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높이 치솟았다.
향단이의 국정농단 문제는 여왕으로 옮겨붙었다. 여왕은 공적인 소통라인을 외면하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적인 친분에 의존해 국정을 이끌었다. 심지어 주요 정책을 향단에게 컨펌받도록 했다. 향단이의 국정농단에 끌려다녔다. 이제 백성들은 100만 촛불집회를 열고 춘향이를 여왕의 자리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야단이다.
더 놀라운 것은 향단이의 딸이다. 향단이의 딸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자랐다. 최고의 여대에 특혜 입학했을 뿐 아니라 고교 학창시절에도 공주급 혜택을 누렸다. 향단이의 딸은 그저 말이나 타면서, 전 세계를 호화롭게 다녔다. '향단이의 딸' 치고는 특급대우를 받았다. 지금은 감방 신세가 된 향단이는 '그저 우리 딸만은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향단이의 딸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당장 잡아들여 의금부로 압송해야 할 것이다.
백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막장 신춘향전'. 여왕이 된 춘향이는 집권 4년 만에 하야 또는 탄핵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듯 하다. 상상도 못할 일들이 잇따라 전개되는 걸 보면, 춘향이와 향단이 사이에 벌어진 비밀스런 드라마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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