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채권 '바이바이'…美 대통령 트럼프 당선 영향

입력 2016-11-17 04:55:01

미국으로 자본이동 두드러져…국내정치 불안도 현상 가속

국내에 투자된 외국 자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보다 안전하고 더 많은 이자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다소 위험하지만 더 높은 이익을 좇아 한국과 아시아 신흥국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펄펄 끓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천565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고조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둔 수익을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의 주식시장이 활황이라 이탈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권 불안 요인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템플턴펀드가 올해 원화채권 보유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최근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한국채권 매도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외국인 보유 원화채권 규모는 91조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의 환율 방어를 위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팔아 달러를 본국에 공급하고 있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 자본 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채권금리가 높아지고 있어 해외 자본의 미국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 이탈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선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을 발행해 확장적 경제정책을 펼칠 경우 미국 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금융권이 흡수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더욱 잦아지고 인상 폭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낼 경우 미국 주식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돼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미국행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서와 함께 외국 자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외환보유고 등에 대한 점검과 함께 외국인과 외국 투자기관에 우리 경제의 건실함을 알리는 홍보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천169원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 전(8일, 1천137원)보다 30원 넘게 올랐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달 금리를 올릴 경우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천200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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