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공연 기획자로서 관객들로부터 이 같은 피드백을 받을 때만큼 힘이 날 때가 있을까.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가득했던 5월의 그날을 잠시 회상해본다.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이틀간 열렸던 '재즈 인 대구'. 처음 열리는 페스티벌인 만큼 호기심에 반신반의하며 참여했던 관객들도 매회 공연이 진행되면서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관객들 입에서 "기대 이상" "대박"이라는 말이 들리면서 내 가슴도 덩달아 흥분됐다.
아시아 유일의 재즈 중심 마켓 '재즈 인 서울'의 로컬 로드쇼로 진행된 '재즈 인 대구'는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재즈 및 월드 뮤직을 선보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페스티벌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콘셉트를 지향했으며 재즈 마니아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어필하고자 했다.
올해 '재즈 인 대구'에는 총 8팀이 참가했다. 국내 최고의 재즈 트리오 '남경윤 트리오'와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재즈 그룹 '홍정수 재즈 프로젝트'를 2일간 공연의 첫 주자로 배치했다. 지역에서 개최하는 국제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주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브라질의 소울이 담긴 기타와 트럼펫 연주로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 '질레노 산타나 & 투니코 굴라트', 스페인 최고의 즉흥 재즈 트리오 팀 '숨라', 바이올린과 기타로 표현하는 거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러시아의 '투 시베리안스', 다이내믹한 베이스 라인과 독특한 하모니가 특징인 모잠비크의 '플린트'까지 어느 하나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연주가 계속되었다.
이처럼 획일화된 공연 형태를 지양하면서 관객들의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켰다. 축제치고는 적은 팀이 참가하였지만 한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각 대륙별 라인업이 구성되어 재즈와 월드뮤직의 동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재즈 인 대구'는 양일 마지막 순서에 에스토니아의 대표 포크 음악 스타인 트래드 어택, 최근 일렉트로닉 스윙밴드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체코의 '마이디 라비카드' 같은 대중적인 성향의 비재즈 뮤지션들의 활약이 더해졌다. 관객들이 공연 내내 열정적으로 환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적은 규모였지만 완성도 높은 공연과 다양한 부대행사, 먹거리, 체험부스 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차별화된 기획을 선보인 '재즈 인 대구'를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킬지 고민이 많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과 인력으로 치러내는 축제인 만큼 힘든 점도 많았었다. 하지만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규모를 조금이나마 확장해보려 한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구의 대표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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