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만 촛불집회, 시위는 평화롭게 해야 한다는 모범 보여줘

입력 2016-11-14 04:55:05

12일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끝났다. 100만 명이 서울 중심가를 뒤덮었음에도, 폭력'쓰레기를 볼 수 없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한국인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전 세계에 알려줬다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일부 외신에서 '분노는 컸고 평화는 강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적인 집회였다.

참석자들은 마치 '축제'나 '문화제'에 놀러 나온 듯했다. 가족'친구'연인 등과 함께 참가한 시민들은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치고 행진했다. 개그맨, 가수 등의 공연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퍼포먼스와 풍자 구호가 눈길을 모았다고 하니,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시위 문화를 실감케 했다.

주최 측이 처음부터 '비폭력 집회'를 공언하긴 했지만, 참가자들의 질서있는 행동이 평화 집회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한 노인이 경찰관에게 주먹질을 하려 하자 참석자들이 이를 제지했다거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시비를 걸거나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면 상당수가 '평화 집회'를 외치며 자제시키는 모습도 목격됐다. 밤늦게 청와대 인근에 진출한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20여 명이 연행됐다지만, 이 시위대는 전체 참가자 가운데 소수에 불과했다.

시위라고 하면 으레 폭력과 악다구니가 오가는 살벌한 풍경을 연상하지만, 이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폭력을 앞세우면 어떠한 주장이나 의견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집회가 끝난 후 광화문 광장에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일부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종량제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수거했고, 일부는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 긁어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한 참석자가 '정치는 삼류, 시민 의식은 일류'라고 했다니 적확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발휘되면 폭력이나 무질서는 딴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이날 촛불집회를 계기로 시위 문화가 한층 더 평화롭고 질서있는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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