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통신] 7타수 3안타 0타점

입력 2016-11-11 04:55:05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50%에 이르던 현 정권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치고, 80% 지지를 쏟아붓던 대구경북이 등을 돌리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부 신뢰도가 덩달아 바닥을 치면서 세종시 공무원은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광풍 때문에 어떤 정책도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꼬박꼬박 자신의 월급봉투에서 떼어내 계획하는 내년도 예산안도 어느 해보다 관심도가 덜하다.

공직 사회의 허탈감 속에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도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사활 속에 황교안 총리의 기능은 마비된 지 오래다. 이임식을 하려다 취소했으나 업무에 복귀하기에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김병준 사태에서도 나타나듯이 현 정권의 총리 임명 점수는 기대 이하이다. 7명 가운데 3명만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나머지는 임명장도 못 받거나 지명된 지 수일 만에 사장됐다.

사장된 인사 가운데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의 경우 아들 병역,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각각 전관예우 및 과거 발언 등이 문제가 됐다.

제대로 총리 업무를 수행한 인물로는 정홍원'이완구'황교안 총리뿐이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경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천만원을 전해 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했고, 황 총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문에 이제 식물 총리가 됐다.

현 정권에서 가장 오랜 기간 총리직을 맡은 정 전 총리도 세월호라는 약점이 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여러 번 사의를 표명했지만 안 전 대법관, 문 전 주필 등 후임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사표가 수리됐다가 다시 신임되는 '빽도 총리'가 됐다.

현 정권의 총리 임명을 야구로 따지면 7타수 3안타였으나 타점은 0점인 셈이다.

이번에 김병준 내정자는 후보자 신분으로 언론 인터뷰와 공식 일정을 하면서 총리실과 국무조정실 공무원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공식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각 일부 기자들은 "이번에도 또 비선 라인만 가동했구먼"이라며 꼬집었다. 정작 총리실 내부 여론은 다르다. 4년도 안 돼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만 7번을 치른 내부 직원들은 "이게 국정총괄 부서인지 인사청문 부서인지 모르겠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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