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지역학 뿌리내리기'인가?

입력 2016-11-11 04:55:05

대구경북학회,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대구경북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동아시아 지역학 국제 학술 세미나가 오늘(11일) 경북대학교에서 개최된다. '지역학 뿌리내리기'가 이번 국제 학술 세미나의 주제이다.

해외에서는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교토, 대만의 각 지역에서 지역학 전문가가 참가하여 동아시아의 지역학 연구 동향, 지역학과 지역사회의 상보적 관계와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제주, 대구의 지역학 전문가가 각각의 지역 사례에 대해 발표한다. 국내외 각 지역의 지역학 발표 이후 전국 각지의 지역학 전문 연구 기관 및 단체의 대표자가 토론을 진행한다.

동아시아에서 지역학 연구 붐(boom)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지역학 국제 세미나가 열려 대구경북학회 회원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중국 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의 많은 지역학 관계자가 함께 모였는데 지역학에 대한 동아시아 지역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 베이징학연구소장은 발제문에서 지역학의 학문적 위상을 분명하게 정립하자는 의미에서 지역학을 의미하는 영어표현으로 localogy라는 용어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와 동시에 지역학 고유의 학문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지역학 연구가 일대 부흥기를 맞고 있지만, 각각의 지역에서 지역학 연구의 배경과 목적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각각의 지역에서 지역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연구의 범위와 방법이 지역마다 매우 다르다.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의 하나로 지역학이 활용되고 있다.

베이징의 세미나에서 대구경북학의 연구 동향을 발표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근 지역학 연구가 관심을 받는 데 대해 청년의 역외 유출 현상에 대한 해결 방식으로 지역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지역학 연구 필요성으로 이어졌다는 언급을 하자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놀라운 표정을 짓다가 점차 공감을 표시하였다.

오늘 동아시아 지역학 국제 학술 세미나의 주제가 '지역학 뿌리내리기'로 정해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에 대한 지역학의 착근성 문제의 성격을 조망하고 규명할 필요성이다. 동아시아에서 지역학이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은 지역학 연구의 특성상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역학 상호 간 존재 방식의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대구경북학 자체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할 수 있다.

둘째, 지역학이 지역 사회의 문제에 더욱 밀착되는 방식을 찾기 위함이다. 다른 학문적 영역과는 다르게 지역학은 지역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릴수록 발전한다. 동아시아 지역학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대구경북학이 지역 사회에 더욱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역학 교류는 동아시아에서 Civil Asia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지역학 연구가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동아시아에서 지역학 연구자 상호 간의 협력과 소통은 국가주의로부터 야기된 동아시아 역내 정치적 긴장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방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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