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대구 인촌동 아나고 골목

입력 2016-11-10 10:31:31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달성공원에는 시민 저마다의 추억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코흘리개 시절 소풍을 갔거나, 첫사랑의 손을 잡고 데이트를 했거나, 난생처음 코끼리'사자를 봤거나….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인 달성공원을 찾는다면 식도락도 빼놓지 말자. 걸어서 5분 거리에 '인동촌 아나고골목'이 기다린다.

◆인동촌 시장은 사라졌지만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아나고골목'(비산2'3동)이 있는 비산동은 인동 장씨(仁同 張氏)와 해주 오씨(海州 吳氏), 경주 최씨(慶州 崔氏)의 세 성씨가 정착해 마을을 개척했다고 한다. '인동촌'이라는 이름 역시 예전에 인동 장씨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달성공원 담벼락에서 북비산네거리 쪽으로 이어지는 인동촌 시장은 1970년대 초까지 서구의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인근에 서부시장, 원고개시장 등이 생기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시장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1993년 무렵부터 들어선 아나고 음식점들로 더 유명하다.

이곳 상가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자(62) 씨는 "처음에는 아나고 살이 아니라 회 뜨고 남은 껍질과 대가리를 칠성시장에서 가져다 막걸리 안주로 팔았는데 값이 싼 덕분에 인기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또 "식당마다 아나고를 연탄불에 구워서 내놓다가 20년쯤 전부터 모두 숯으로 바꿨다"고 떠올렸다.

◆소금구이'양념구이, 당신의 선택은?

약 500m 거리에 이르는 아나고골목 양쪽에는 30여 곳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나고 전문식당들은 골목 남쪽 초입에 몰려 있다. 상호에 아나고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아나고를 다루는 곳은 훨씬 많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본래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소금구이와 매콤한 맛이 술안주로 어울리는 양념구이를 모두 선보인다.

흔히 아나고로 알려진 붕장어는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인 장어의 일종이다. 갯장어에 비해 주둥이가 짧고 뭉툭하며 옆줄을 따라서 흰색 점이 줄지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장마차 안주의 대명사였던 곰장어는 먹장어라고도 불린다. 잔뼈가 없고, 아나고보다 육질이 더 쫄깃하다. 둘 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그만이다. 선산숯불막창'아나고 임정희(60) 대표는 "남자 손님들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꼬리 부분을 양보하기도 한다"며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워낙 살이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다"고 강조했다.

◆좁은 골목길에선 추억이 새록새록

서구청이 지난해 예산을 들여 간판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아나고골목 인근에는 볼거리도 많다. 달성토성 서문이 있는 달성공원 서편 골목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 역사성을 담아낸 벽화와 골목 정원 등으로 꾸며졌다. 지난 6월에는 제1회 달성토성마을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또 달성공원 정문 앞에서는 '번개시장'이 매일 새벽마다 열린다. 20년 전부터 노점상들이 몰려들면서 규모가 조금씩 커졌고, 시장 형태를 띤 것은 7, 8년 전이라고 한다. 달성공원 정문 앞이라 '달공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5시부터 오전 8시30분, 토'일요일에는 오전 10시까지다.

*위 맛집 취재는 해당 상인회의 추천과 블로그 참조, 그리고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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