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당선 가능성 상승에도 숨죽인 아시아 증시

입력 2016-11-08 14:06:04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의 족쇄에서 벗어나며 당선 가능성도 치솟았지만, 8일 대부분 아시아 증시는 큰 폭의 움직임 없이 숨죽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위험에 대비한 헤지(위험회피)거래를 자제하면서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미국시간 기준 오전 6∼7시부터 오후 7∼9시까지 선거 이후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눈여겨봐야 할 지표로는 미국 달러화, 멕시코 페소화, 미국 S&P500지수 등이 꼽혔다.

블룸버그는 역대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S&P500지수는 3차례 중의 2차례꼴로 하락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했다.

◇ 숨죽인 아시아 증시…페소화 강세는 이어져

8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15% 하락한 채 오전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도 0.03% 내린 채로 점심시간을 맞았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낮 12시20분 현재 보합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미 대선을 앞두고 상승 출발한 한국과 일본, 대만 증시는 장중 하락 반전하기도 하면서 숨죽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히라쿠 사토 선임애널리스트는 "클린턴 당선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이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중국 증시는 상승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11시25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0.25% 오른 3,141.22에, 선전종합지수는 0.43% 오른 2,075.70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전거래일보다 0.6% 상승한 달러당 18.56페소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 대선 관련 베팅 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과 역방향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대리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나섰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불기소 의견을 확정해 사실상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하면서 전날 글로벌 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다. 60%대까지 떨어졌던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90%까지 치솟았다.

로이터-입소스는 이날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45%의 지지율로 트럼프(42%)를 앞서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303명을 확보해 트럼프(235명)를 누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0%로 예측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을 84%로 점쳤다. 트럼프는 16%였다.

블룸버그는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무혐의 결론 이전 63%에서 80% 이상으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 달러·페소·미주식 주목…대선결과 발표시 3분의 2는 S&P500지수 하락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주목할 지표로 미국 달러화와 멕시코 페소화, 미국 주식과 국채 금리를 꼽았다.

트레이더와 투자전략가들에 따르면 올해 신통치 않았던 미국 달러화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강세로 한해를 마감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상에 장애물이 제거됨에 따라 달러화가 다른 무역상대국 통화 대비 3% 강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유로화나 엔화, 스위스 프랑화의 가치와 금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반면에,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로 신흥시장 통화가치는 5∼7% 떨어질 것으로 TD증권은 내다봤다.

미 대선가도에서 트럼프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대표적 지표가 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클린턴 당선시 달러당 17.3페소로 상승할 것으로 노무라는 전망했다.

반면에, 트럼프 당선시 역대 최저치인 달러당 23페소까지 폭락할 것으로 이 은행은 내다봤다. 멕시코 페소화는 신흥시장 통화중 거래가 두번째로 많이 되는 통화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욕구를 대변해왔다.

미국 S&P500지수는 어느 쪽이 당선되든 최대 3.3% 움직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다봤다. 이는 S&P500 옵션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58년간 선거 다음 날 S&P500지수가 2% 이상 움직인 것은 2차례뿐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여전히 기록이 된다. 선거 다음 날 S&P500지수는 평균 1.1%만 움직였다.

미국 국채 금리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은 확정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상승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트럼프는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을 가져와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에 익숙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한편 블룸버그는 선거 다음 날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하지는 않는 만큼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28년 이후 22차례 진행된 미국 대선에서 S&P500지수는 선거 결과 발표 이후 3분의 2에 해당하는 15차례 하락했다. 평균 하락 폭은 1.8%였다. 하지만 지수는 하락한 15차례 중 9차례는 1년 내 상승 반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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