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黨 지도부 총사퇴하라" 친박 "지금은 물러날 때 아냐"

입력 2016-11-01 04:55:02

새누리 의원 41명 긴급회동…崔씨 논란에 지도부 책임 공감, 강석호"안되면 혼자라도 사퇴"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최순실 씨의 검찰 소환일인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최순실 씨의 검찰 소환일인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이 요동치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31일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주장하는 긴급 회동을 열어 친박 일색의 지도부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퇴 반대 입장을 밝히자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단독 사퇴'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 41명은 오전 7시 30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지도부 총사퇴 촉구를 결의했다. 회동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비박계 다선인 정병국'나경원'김세연'이혜훈 의원 등이 자리했다. 대구경북에서는 강석호 최고위원과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만희 의원(영천청도), 김종태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은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3선 김학용 의원이 주도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이정현 대표 체제의 지도부가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지도부 중 회동에 참석한 강 최고위원은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를 오전 9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대로 전했다고 한다. 그는 "지도부 일원으로서 나도 책임감을 느낀다. 신뢰받지 못하는 지도부가 청와대 개편을 요구하기보다 깨끗하게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새 판을 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뜻을 듣는 것이 먼저다. 안 되면 나 혼자서라도 물러나겠다"며 단독 사퇴를 암시했다.

주호영 의원도 지도부 총사퇴 요구 목소리에 동참했다. 주 의원은 "나라가 이 지경이 됐으면 당 지도부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다. 이정현 대표는 '연설문을 고칠 때 친구 이야기도 듣는다'며 부아 지르는 말만 하고 있다. 지도부를 완전히 바꿔도 국민들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사퇴 뒤 지도부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신뢰를 잃은 지도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참석자 중 일부 친박계는 어려운 국면을 헤쳐 나간 뒤 지도부를 개편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만희 의원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회동에 참석한 것이지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며 "지도부가 책임을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퇴할 때가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을 때 지도부 진퇴 문제를 의논하는 것도 괜찮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지도부 총사퇴 요구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21명은 오전 회동과 별도로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 명의로 입장문을 내 당 지도부의 즉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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