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할배의 날, 한국 교육 표준을 향해] <1>연륜으로 쌓은 생활밀착형 가르침

입력 2016-10-07 04:55:04

아이 인성 형성·노인은 외로움 해소…경북도, 국가기념일 제정 나서

경상북도는 2014년 10월 25일 예천문화회관에서 경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경상북도는 2014년 10월 25일 예천문화회관에서 경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할매할배의 날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각계 인사'3대가 함께 사는 가정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선포식에선 조손이 함께 율동으로 무대를 꾸몄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1월 31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등이 대구시민에게 할매할배의 날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1월 31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등이 대구시민에게 할매할배의 날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했다. 매일신문 DB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고령화율 평균은 13.1%이다.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처럼 사회는 늙어가지만 지난해 한국의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노인차별, 소외, 세대 간 분리현상 등은 사회 전 분야에 확산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4년 전국 최초로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올 들어 도민조사를 통해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 운영 성과를 평가 분석한 결과 노인문제 개선(노인 외로움 해소, 건강유지 도움 등), 세대 간 관계'소통 향상, 손자녀 인성 도움, 가족관계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국가기념일 제정을 추진, 고령화에 따른 사회 병리현상 해소에 나선다. 앞으로 6차례에 걸쳐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수 있는 타당성과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할매할배의 지혜를 배우는 '할매할배의 날'

할매할배의 날은 어버이날(5월 8일), 노인의날(10월 2일)과 어떻게 다를까. 할매할배의 날 제정은 조손 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어르신들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혜를 손자 손녀에게 전하는 기회를 줘 잃어버린 정신적 뿌리를 되찾고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을 일종의 생활실천운동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4년 10월 25일 '할매할배의 날 선포식'을 연 데 이어 그 이튿날 '경상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손자가 부모와 함께 할매할배를 찾아가 세대 간 소통하고, 할매할배의 지혜가 담긴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격대교육에서 출발한 할매할배의 날

할매할배의 날은 고문(古文)에서 기원한다.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묵재 이문건이 쓴 '양아록'(養兒錄)에 할매할배의 날 제정의 근거가 있다. 양아록은 묵재 선생이 성주에 귀양와 손자인 숙길이 16세가 되는 해까지 키우며 쓴 일종의 육아일기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훈육한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 글로,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며 느낀 애틋함이 구구절절 기록돼 있다.

이처럼 한 세대를 건너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가르치는 것을 격대(隔代)교육이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에는 명문가든 아니든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격대교육은 일반적인 양육형태였다.

지금은 할매할배의 날이 아니면 격대교육을 하기도 힘들다, 격대교육은 장점이 많다. 자식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바람으로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하기 쉽다. 반면에 조부모는 연륜에서 오는 너그러움과 경험적 지혜가 있다. 손주를 향한 사랑과 훈육 사이에 객관적 균형을 유지하는 사려 깊은 교육이 가능하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륜을 바탕으로 아이는 단정한 옷차림에서부터 언행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익힐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조부모와 친밀감을 맺고 소통해 인성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격대교육의 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된 예도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더 교수팀은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매우 우수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성취감이 높다는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할매할배가 무엇을 해줄 수 있나?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고령 인구의 가파른 증가세다. 삶이 오래가는 건 축복이면서 동시에 여러 문제를 낳는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3.1%로, 2060년에는 40.1%까지 급증해 세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우리 사회의 생산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고착화한 핵가족화에 우리나라의 빈약한 사회보장제도가 맞물리면서 노인의 경제 여건과 사회지위를 보장해주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사회적 충격을 없애는데 할매할배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교육이다. 격대교육이 일반화되면 자연스레 뒤처져 있던 노인의 위상도 올라간다. 후세대의 도덕과 인성교육에 들어가는 국가와 사회의 부담도 줄어든다. 고독과 무료함 등 노인이 겪는 사회문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겨 해결된다. 더욱이 가정도 화목하며 건강해진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게 아니라 네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은 자신이 공동집필한 '노인이 스승이다'라는 책에서 "노인은 지금 젊은이의 미래다. 노인이 힘차고 평안해야 청소년의 마음도 든든하고 장래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며 "건강한 노년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들로부터 격대교육을 받은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과학기술이 고도화되고 늙어가는 우리 사회에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이용하는 인간의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없고 삶의 지혜가 부족한 채 문명이 진보하는 건 인류의 재앙이나 다름없다"며 "이 부분에서 할매할배를 통한 격대교육은 현대사회의 병폐를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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