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대구경북학 정립하자(5)끝] 공존과 연대의 지역학이 필요하다

입력 2016-10-05 04:55:02

최근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일련의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을 보면서 지역이 얼마나 국가로부터 주변화되고 억압되어 왔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특히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지역 정치의 예속적 행태는 물론, 전근대적 국가주의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전형적인 전제정치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편, 그 과정에서 지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평화를 모토로 하는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 공존과 연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지역 시민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신선한 지역의 발견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이 놀라운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와 중앙 정치에 결박당한 오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지역의 미래를 지역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설계하자는 절규이다. 물론 몸부림과 절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깊은 성찰과 연구, 방법적 고민과 실천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학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역학 연구가 지역을 또 하나의 중앙 권력적 구조로 인식하는 왜곡된 형태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내부의 권력 구조가 지역학의 의미를 편협한 근시적 이해와 자기 지시성 등으로 물화시키는 전방위적인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지역학은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 차이와 이질성을 공유하고 연결하는 매개의 학문이다. 그리고 지역의 정신과 역사를 기반으로 지역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심상을 이해하는 공유의 학문이다. 나아가 지역 간 정치와 경제, 사회적 제 양상을 토론하는 공감의 공부이다. 곧 지역학은 공유와 연대의 삶을 그 가치로 하는 학문 세계인 것이다.

공유와 공존, 연대의 지역학은 오래전 고대부터 이어진 지역적 삶의 방식이다. 낙동강과 영산강, 한강과 금강을 비롯한 주요 강들이 수로를 통해 고대 문명과 교류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한 흔적은 이미 고고학에서는 일반론이다. 고대의 그들은 이미 지역 간 교류와 공유만이 생존의 방식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공존과 연대의 삶은 근대 시민사회의 중심원리였다. 특히 근대의 중앙집권적 관료 사회와 중앙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불균형은 지역의 고립과 소외로 이어졌고, 그것은 역으로 지역 연대와 공존의 문제에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지역 간 공존과 연대는 지역의 절박한 생존 방식이 되었다. 지역 간 교류와 공유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심리적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때, 비로소 지역 간의 자율적 조절 능력과 자발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지역의 삶을 국가와 중앙 정치가 결정하는 일방적 방식, 그것을 지역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의 연대와 공존의 원리에 대한 경험적 자료를 영역별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간 갈등 및 양극화 현상을 분석하며, 나아가 분야별 정책 방안을 제시하는 지역학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공유 행정과 생활 교류를 일상화하고, 인프라 공유를 통한 사회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를 연결하는 지역 간 공유 어젠다를 만들고, 문화와 삶의 다양성을 나누는 문화적 공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달빛동맹이란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에서 시도하고 있는 교류와 연대의 실험들, 지역 스스로 서로의 역사를 보듬고 공유하는 일들이 시작되고 있다. 지역학은 그런 지역을 위한 연구이자 현장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학의 존재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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