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예상대로 썰렁한 한정식집…희비 갈린 골프장

입력 2016-09-27 07:13:37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둔 26일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서 1인 가격 2만9천원짜리 메뉴가 붙어 있다. 식당 주인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둔 26일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서 1인 가격 2만9천원짜리 메뉴가 붙어 있다. 식당 주인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둔 26일 오후 대구시내 한 골프용품점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둔 26일 오후 대구시내 한 골프용품점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 골프장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주말에도 예약이 많은 반면 고급 식당은 예약이 최대 절반까지 줄면서 업주들이 한숨짓고 있다.

◆예상대로, 썰렁한 한정식집…200대 규모 주차장 점심 손님은 20대뿐

26일 낮 12시쯤 대구시 내 한 고급 한정식집. 200대 규모의 주차장이 구비돼 있지만 실제 주차된 차량은 20여 대에 불과했다. 예약도 크게 줄었다. 평소에는 예약 손님만 받는 소위 '예약실' 13개가 모두 차 일반 손님을 받는 객실로 안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날 예약 건수는 고작 4건에 불과했다. 식당 측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예약이 30~40%가량 줄었다고 했다. 식당 주인은 "예약이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지난 주말 동안 직원들이 모여 메뉴 구상 회의도 했다. 다들 법 시행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예약 전화도 뜸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고급 한정식집. 이 식당은 주변에 관공서가 있는 덕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실제 관공서 고위 간부 몇 명이 서둘러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약속 시간에 늦었다며 바쁜 걸음을 옮기던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약속이 많아졌다"고 말하고는 식당으로 사라졌다.

평일 점심시간에 예약 손님으로만 30~40명을 받는 이 식당은 아직은 법이 시행되지 않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지만 법이 시행되는 28일 이후에는 예약이 크게 줄었다. 고육지책으로 2만원대 메뉴를 내놨지만 얼마나 약발(?)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주인은 "다음 주부터 평일 점심에만 내놓는 2만원대 메뉴를 저녁에도 준비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예약 손님이 없다"고 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부정 청탁 현장을 포착하려는 파파라치도 눈에 띈다고 했다. 한 식당 주인은 "지난주 저녁쯤 카메라를 들고 식당 근처를 배회하는 무리를 봤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법과 무관한 손님들마저 떨어져 나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대구 인근 골프장은 북적…접대골프 사라지고, 주말 일반회원 몰려

고급 식당과 함께 큰 타격이 우려됐던 골프장은 접근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도시 근처에 있는 골프장은 일반 회원들이 몰리면서 파장이 적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북도 내 골프장은 '부킹 절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구와 가까운 경북의 한 골프장은 다음 달 초 주말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접대 골프 예약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주말 골프를 즐기지 못했던 일반 회원들이 몰린 덕분이다. 이 골프장 한 회원은 "주말 골프는 골프장이 '사람을 가려 받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고위 공직자나 접대 골프가 아니면 예약이 힘들었다"면서 "직장인이나 사업가들은 보통 주말이 아니면 골프 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김영란법이 반갑다"고 했다.

골프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이 골프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 예약을 채우는 데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층이 더 두터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북 일부 골프장들은 예약 고객이 크게 줄었다. 해당 골프장들은 28일 이후 예약률이 15~30%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연휴인 10월 1~3일의 경우 구미CC와 선산CC의 예약률은 8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구미CC 예약률은 토요일(1일) 80%, 일요일(2일) 76%, 개천절(3일) 68%에 그쳤고, 하루 90팀을 받을 수 있는 선산CC도 이번 주말은 75팀(83%), 개천절인 3일은 61팀(67%)에 불과했다. 문경레저타운(문경골프장)도 올 들어 월별 가동률이 90% 이상을 기록했지만, 다음 달 예약률은 87.6%로 작년 같은 기간(94.2%)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영남권 골프장 사장들은 26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 모여 골프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한편 올 7월 현재 경북도 내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 16곳, 퍼블릭 골프장 31곳, 간이 골프장(8홀) 1곳 등 4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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