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문단 주목받는 신예 소설가 포어, 11년만에 신작

입력 2016-09-17 09:39:47

가정의 이혼과 붕괴 그린 '내가 여기 있나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문단에서 촉망받고 있는 신세대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39)가 11년 만에 세번째 소설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일간 뉴욕타임스, NPR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주 일제히 포어의 새 소설 '내가 여기 있나이다(Here I am)'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포어가 앞서 발표한 두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Everything Is Illuminated, 2002년)'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2005년)'은 그의 독창성에 대한 문단의 찬사 속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자신의 조부를 나치로부터 구한 여성을 찾아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는 청년의 이야기이고, '엄청나게…'는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9세 소년이 죽음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포어는 세번째 소설에서도 가족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다만 '붕괴되는 가족'이다.

포어는 자신의 고향인 워싱턴DC를 무대로 방송작가인 제이컵 블로흐와 건축가인 줄리아 블로흐 부부의 갈등을 중심에 놓았다.

세 아들은 둔 제이컵과 줄리아는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제이컵의 휴대전화에서 연인에게 보낸 음란한 문자메시지를 줄리아가 보게 되면서 둘을 이혼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느리고 고통스러운 결별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유대인인 제이컵을 혼란에 빠뜨리는 또 하나의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중동 분쟁이 악화되면서 이스라엘이 전 세계의 유대인들을 향해 조국으로 돌아와 싸울 것을 요구하고, 제이컵도 자원입대를 결심하게 된다.

포어가 말하는 것은 '잠깐 정지하고 나의 삶을 한번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제이컵과 마찬가지로 속상한 가정사가 있겠지만, 좀 더 먼 거리에는 전쟁, 테러, 기아 같은 엄청난 문제들이 함께 놓여 있다. 다만, 이런 문제들이 자신의 삶 속을 파고들어 오지 않을 뿐이다.

"정말 엮이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우연히 내 집안의 문제, 그리고 내 가정 바깥의 문제에 직면한다면 정말 괴롭지 않겠는가"라고 포어는 묻는다.

유대인인 포어는 작품명을 성경에서 따왔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는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그를 부를 때 아브라함이 한 대답이다.

주인공 제이콥이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깨닫는 작품의 마지막 대목을 작가는 창세기 22장 속의 아브라함과 오버랩시키고 있다.

파라, 스트로스 앤드 지루(Farrar, Straus and Giroux) 출판사, 571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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