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걷어내자…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입력 2016-09-16 17:02:21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도가 직접 지휘하는 대대적인 경주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사진은 1천300여명의 인력이 집중된 16일의 복구 작업, 이채수 기자
추석 연휴 기간 중 경북도가 직접 지휘하는 대대적인 경주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사진은 1천300여명의 인력이 집중된 16일의 복구 작업, 이채수 기자'배형욱 기자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닥친 사상 최악의 강진. 진앙지인 경주 일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을 돕는 손길이 추석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속속 경주로 모여들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복구작업이 추석 연휴 기간 중 시작되는 등 지진 피해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는 '아름다운 수고'가 답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 시민들은 더 많은 인력과 장비 등이 지원되는 대규모 복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피해복구에 모두가 한마음

추석 바로 다음날인 16일. 경북도와 경주시는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오는 17·18일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대대적인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이날 경북도·경주시 공무원 600명과 해병대전우회 등 민간봉사단체 450명, 군 장병 200명 등 민관군 1천250명의 지진피해 현장지원단이 꾸려져 경주 지진피해 현장을 찾았다.

공무원'경찰, 군 장병, 봉사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피해복구단은 경주에서도 가장 피해가 심한 외동읍과 내남면, 황남동, 월성동 등 300곳에 분산돼 무너진 흙더미를 치우는 등 집과 지붕 수리, 담벼락 정비 등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또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부서진 도로와 각종 시설물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다.

태풍의 간접 영향에 따른 비로 지붕이나 담벼락이 추가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 기와 정리와 천막 덮기 등 보수에 집중했다.

기와 기술자, 문화재 보수 전문가도 참여시켜 복구 작업에 속도를 더했다.

이날 현장을 진두지휘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명절 연휴가 닥쳐 복구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의가 많아 경북도가 직접 나서 조기 복구에 나섰다"며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경주 황남동 외동읍 내남면 일대에 대한 복구작업이 우선되도록 지시했다. 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지진으로 인한 피해로 경주시민들이 신음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함께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경주시는 이에 앞서 강진 발생 이후 추석 연휴인 지난 14'15일에도 인력과 굴착기·덤프트럭을 동원해 피해가 많이 발생한 경주 한옥마을 등 주거지역과 오릉의 담, 기와 등 유적지 주변을 복구했다.

추석을 쇠기 위해 고향을 찾은 가족·친지들도 힘을 보탰다. 무너진 담과 지붕 등을 고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상수(72·경주 효현동) 씨는 "지진으로 지붕이 통째 날라갔다. 복구에 엄두가 안나지만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리에 넋놓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우선 비닐로 간이지붕을 얹었다"며 "기와지붕은 비가 오면 물을 먹고 내려앉아 2차피해를 볼수 있어 고향을 다니러온 아들과 함께 비닐로 덮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최모(51'여) 씨는 "추석 연휴 기간을 반납하고 주민들을 위해 현장에 나와준 모두가 너무도 감사하다"며 "이 도움으로 이번 태풍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보수를 해 방수 천막이 지붕에 덮혔습니다. 하지만, 그 뒤가 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규모 5.1, 5.8. 닷새 전 두차례 강진이 휩쓸고간 경주 황남동 일대 기와집 주민들은 민'관'군 1천380여명의 긴급보수 지원에도 표정이 밝지는 못했다. 성한 곳 하나 없는 기와지붕 만큼 주민들의 마음도 상처입은 모습이었다.

16일 오전 10시 30쯤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붕보수 작업은 비만 막을 정도의 임시 방편은 됐다. 하지만 제14호 태풍 말라카스가 경북 동해안 지역에 17일부터 18일까지 영향을 미치며 시간당 30㎜의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18일에는 초속 9m의 강풍도 불 것으로 예보됐다.

피해를 입은 한 주민은 "기왓장이 떨어져 나간 지붕에 방수천막은 씌워졌지만 아직 불안합니다. 더욱이 우선 복구 가구로 선정된 300가구만이 이 정도의 혜택을 봤고, 나머지 400여 가구는 그저 천막과 모래주머니 등만을 지원받아 어찌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기와지붕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올라갔다가 피해만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이 큽니다."

일부 주민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지붕위에 천막을 치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붕을 밟고 올라서자 기왓장이 '우수수' 떨어지는 통에 곧바로 작업은 중단됐다. 자칫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육군 122연대 장병들도 이런 이유로 지붕에 올라갈 수 없었다.

복구작업인 진행된 16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지붕은 갈수록 미끄러워졌고, 습한 날씨 탓에 문화재 보수 전문인력 30여명의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민, 군인, 공무원, 민간단체 등 모두의 얼굴에선 내리는 비의 양보다 흐르는 땀방울이 더 많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여진, 애타주는 주민들

지난 12일 두차례 지진 후에도 300여차례 여진이 경주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복구작업이 진행된 16일 새벽에도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공포는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 김모(49'여) 씨는 "우리 동네 뿐 아니라 경주시내 상당수 기와집들이 지붕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는 300가구에 한정됐다"며 "여진도 자꾸만 이어져 정말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집 밖에 모여있던 주민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확대된 복구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보았다. 기와집이라고 보존만 하려도 드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복구 작업을 위해 나온 공무원 주변으로 모여든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살겠다. 태풍 뒤 후속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주민은 "이럴 바에는 불법이라 할지라도 기와지붕을 모두 걷어내고, 철제 지붕을 얹는 것이 안전하고, 마음도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미은 "앞으로 큰 지진이 또 언제 어떻게 발생할 지 모르니 지진에 안전한 기와를 개발해야 한다"며 "기와집을 늘리는데만 혈안이 돼있는 중앙정부 문화재 담당 부처의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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