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결제 사기, 표적된 노인들

입력 2016-09-14 04:55:06

이용 서툰 점 악용한 신종 수법 급증…"자녀에 숨기는 경우 많아 피해 커져"

올해 초 고향을 찾은 안모 씨는 부모님 집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집 옥상에 위성방송 접시 안테나가 두 개나 설치돼 있었다.

"사은품을 많이 줄 테니 사인만 하라"는 방문 판매원의 종용에 70대 아버지가 5년 약정을 맺은 탓이었다. 박 씨는 "TV를 켜보니 영화 채널부터 성인방송까지 유료 채널들이 모두 가입돼 있었고 턱없이 비싼 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 대상 범죄가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결제 시스템이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이용하는 신종 수법도 판치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는 2014년 692건에서 지난해 706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 8월까지는 438건이 발생했다. 공짜 사은품을 내세워 고가의 통신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거나 불량식품을 건강식품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로운 노인에게 친절하게 접근한 뒤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들은 사기를 당하더라도 본인 실수로 여기고 자녀들에게 숨기는 경향이 있어 피해 회복이 더욱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결제 등에 대해 잘 몰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손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신용카드를 맡겼다가 난처한 경험을 했다. 손자는 A씨의 신용카드로 1천만원이 넘는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결제된 대금의 환불을 요구했지만 게임업체 측은 연락을 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 피해를 예방하려면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노인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물품이나 서비스 계약을 맺었을 때 영수증과 계약서를 반드시 받아두도록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대구지부 관계자는 "노인들은 사기를 당해도 수치심을 먼저 느끼고,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사실을 밝히기를 꺼린다"면서 "평소에 자주 부모님과 연락해 외로움을 덜어 드리고, 신종 범죄에 대한 정보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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