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용돈 어떻게 주세요?…보물찾기 놀이로 주지요!

입력 2016-09-13 04:55:02

중·고생 가장 듣고 싶은 말 '용돈' 외모 칭찬·격려보다 응답률 높아

박경규 경북대 명예교수는 손주들에게 명절 용돈을 주면서
박경규 경북대 명예교수는 손주들에게 명절 용돈을 주면서 '보물찾기' 게임을 연다. 별 그림과 도장이 찍힌 보물을 찾고 나서 기뻐하고 있는 박 교수의 손자 승수(왼쪽) 군. 박경규 교수 제공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 선물

매일 문안 전화·심부름 잘하기

약속 지킬 때마다 금액 차 두기도

4명의 손주를 둔 박경규(68·대구 수성구 범어동) 경북대 명예교수의 집에서는 명절마다 '보물찾기 대소동'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정원 곳곳에 박 교수가 숨겨둔 별 그림 종이를 찾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 보물찾기로 모은 별의 수에 따라 용돈을 나눠주는 이 집만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명절 때 찾지 못한 쪽지를 인정해달라거나 숨긴 곳을 알려달라는 애교도 쏟아진다. 그는 "그냥 용돈을 주기보다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보물을 찾는 짜릿함과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모처럼만에 조손(祖孫)이 만나 웃음꽃을 피우는 한가위는 아이들로서는 용돈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명절이기도 하다. 한 교복업체가 최근 중·고교생을 상대로 실시한 SNS 설문조사에서는 '용돈 필요하지?'라는 말이 압도적인 차이로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에 올랐다. 외모 칭찬이나 격려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갑이 가벼운 어르신들로서는 용돈 주는 일이 적잖은 고민거리다. 피하지 못할 바에는 즐기는 게 낫다. 금액에 연연하지 말고, 정성껏 준비한 봉투에 담은 용돈을 적당한 덕담과 함께 건넨다면 아이들도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마련이다.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김국원(73·대구 수성구 파동)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지회장은 5명의 손주 각자에게 당부하는 손 편지를 용돈과 함께 건넨다. 아이들은 받은 편지를 가족 앞에서 낭독하고, 용돈의 10%는 기부 등 남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한다. 김 지회장은 "가족이 서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게 명절의 참된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다는 아이들 말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용돈에 스스로 '조건'을 붙이게 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5명의 손주를 둔 김종현(78·대구 북구 팔달동) 씨의 경우 성적 향상이나 품행에 따라 금액에 차이를 둔다. 김 씨는 "할아버지에게 하루 한 번 문안 전화하기, 부모님 심부름하기 등의 약속을 실천하지 않으면 용돈을 아예 주지 않기도 한다"며 "덕분에 아이들 모두 행실이 올바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자랑했다.

아이들과 금융기관을 방문, 용돈 통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돈 관리·경제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에 좋다. 더욱이 어린이·청소년 대상 상품은 혜택도 쏠쏠하다. 농협중앙회 'NH 착한 어린이 적금'은 최고 0.6%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대구은행 '평생저축'(꿈나무형)은 자녀안심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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