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탄핵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남에 따라 남미 좌파가 다시 한 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젊은 시절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무장 게릴라 활동을 펼쳤던 호세프는 '남미 좌파의 아이콘'인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남미 좌파 블록의 맏형 역할을 해온 브라질 좌파 정권이 우파 성향으로 교체됐다는 것은 그만큼 역내 정치 판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호세프의 퇴진을 계기로 한때 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 호세프 탄핵에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며 결집하는 것은 좌파 퇴조 바람이 도미노처럼 확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렸다.
남미에서 온건 사회주의 좌파 물결이 강하게 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년), 아르헨티나(2003년), 우루과이(2004년), 칠레'볼리비아(2006년) 등에서 좌파가 줄줄이 정권을 잡았다.
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같은 해 10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돼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불어닥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과도한 복지 재정 지출 등으로 경제위기가 불거졌다. 여기에 장기 집권에 따른 부패 스캔들은 좌파 국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 작년 말부터 남미 좌파 블록을 흔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이 좌파정권이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정권이 우파로 교체됐다.
남미 좌파의 몰락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전을 겪는 좌파정권들이 사회'경제적 불평등 축소보다는 점차 실용을 중시하는 온건주의로 변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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