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이정현과 추미애

입력 2016-08-31 04:55:02

전남 출신의 이정현 의원과 대구 출신의 추미애 의원이 잇따라 새누리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돼 화제다. 지역 기반이 한쪽은 영남, 다른 한쪽은 호남으로 극심하게 갈라진 정치 지형에서 출신지가 당의 기반과는 정반대로 엇갈린 두 당 대표가 동시에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지역 기반을 허무는 것은 아니기에 확대하여 해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호남은 여전히 반(反)새누리당 정서가 강하고 영남 역시 더민주에는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억척같이 정성을 기울여 호남에서 기적 같은 지역구 재선 의원이 되었으니 '영웅적인 승리'라 할 만하다. 추미애 대표는 고향이 아닌 서울에서 5선 의원이 되었다. 추 대표보다는 대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더민주 의원의 사례가 이 대표처럼 빛을 발한다.

두 대표의 출현은 국내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 구도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지역 구도가 견고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허물어질 가능성을 조금 보였다. 개인의 특별한 성공에 가깝지만, 이정현과 김부겸, 두 정치인의 사례와 부산에서 야당 의원들이 다수 당선되었다. 이러한 긍정적 현상은 지역 구도의 벽을 깨기 위해 다른 지역구 출마자들보다 몇 배나 더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도전자들과 지역 구도에 기댄 일부 상대 현역 의원의 안이한 대응이 빚은 결과였다. 정부와 집권 여당의 실정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역 구도를 제대로 허물려면 한쪽의 실책에 이은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몇몇 정치인들의 부단한 노력에만 그쳐서는 될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민통합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그에 바탕한 정책들을 더 많이 제시해야 지역 구도를 해체할 수 있다. 추미애 대표가 지적했듯이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의 지역 구도는 이념 갈등과 상당 부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가기 껄끄러운 지역을 자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보다 지역을 더 배려하고 대기업이나 기득권 계층보다 양극화의 하단에 있는 계층들을 더 중시하는 정책도 펼쳐야 한다. 정책적 지향이 국민 다수에 초점을 맞출 때 지역 구분 없이 박수를 받고 통합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지역 구도를 상쇄해 나갈 수 있다. 또 여당 대표가 정부에 할 말을 하는 상식과 야당 대표가 때로는 정부를 격려하는 파격을 보여야 한다. 선거제 개편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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