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동대구로, 대구의 광화문광장

입력 2016-08-26 04:55:02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관심과 논란, 찬사와 혹평이 공존한다. 도심 속 시민 쉼터로 자리매김했다는 찬사와 함께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는 혹평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원하게 뻗은 길이 557m, 폭 34m 공간은 온종일 인파로 북적댄다. 광장 문화가 없는 대구로서는 광화문광장이야말로 인상적이고 부러운 존재다.

지난 2009년 8월 1일, 서울 시민에게 처음 개방된 광화문광장을 취재했었다. 16차로 가운데 중앙 6차로를 온전히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시킨 광장은 수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사이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로 붐볐고, 분수대를 지나 만난 '플라워 카펫'에서는 꽃내음이 물씬 풍겼다. 차로 쪽 '역사 물길'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궁궐을 감싸 안은 북악산과 인왕산 풍광도 손에 잡힐 듯했다. 남으로는 남산이 우뚝 솟아 있다. 도로 정체로 인한 반발도 있었지만, 차로를 줄이자 인도뿐만 아니라 꽃길과 역사길이 여유롭게 조성됐다.

대구에도 광화문광장이 태어난다. 최근 대구시가 동대구로를 사람들이 걷고, 머물고, 즐기고,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 동대구역네거리에서 범어네거리까지 총 2㎞의 구간을 3개 구역으로 나눠 밤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게 요지다.

사람들의 소통 공간을 창출하고자 동대구로 중앙광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에 눈길이 확 쏠린다. 각종 벤처지원기관이 몰려 있는 동대구벤처밸리 앞 도로의 차로를 줄이고 대신 광장화하겠다는 발상. 서울의 '광화문광장'을 동대구로에 똑같이 갖다놓겠다는 것이다.

언뜻 '그렇지 않아도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경우 교통지옥이 될 터인데, 이곳에 또 차로를 줄이고 광장을 만들면 그 감당을 어찌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도심 차로를 줄여 교통량을 억제하고, 사람들에게 보행권을 주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뉴욕은 1990년부터 맨해튼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2번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대신 42번가 일대의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를 찾는 시민, 관광객을 위한 보행 공간을 넓혔다. 일본 요코하마도 2002년 니혼오도리(항구~요코하마공원 길) 주변 지역을 정비하면서 차도 폭(12m)을 3m 줄이고, 양쪽 보도 폭을 1.5m씩 늘렸다. 얼마 전 서울시도 이런 대세에 동참했다. 서울을 상징하는 도로인 종로(鍾路)의 차로를 확 줄이고, 인도(보행로)를 넓혀 보행자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대구는 광장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걷고, 머물고, 함께 모여 즐기는 곳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간 대구시도 지역 명물거리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거나 주요 교차로를 광장화하자는 안을 수없이 세웠었다. 그 구상에는 범어네거리(시민 휴식 공간), 계산오거리(역사유적 탐방로의 출발점), 두류네거리(두류공원 연계) 및 동대구로 광장화 등이 담겼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 수준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대구시가 제대로 추진했으면 한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서 내린 외지인은 물론 시민들이 동대구로 중앙광장으로 걸어와 잔디와 꽃, 분수대 속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각종 공연과 전시물을 관람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대구의 역사, 문화, 사회, 경제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대구 대표 광장이 생기는 것이다. 주말 저녁 가족과 함께 산책할 광장, 대구의 상징을 갖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구시가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뒤편 일대를 젊은이들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대구의 가로수길'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함께하고 있다니, 이 일대도 분명 대구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제1 시정 과제로 동대구벤처밸리 일대를 청년들이 꿈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 큰 걸음이 대구의 광화문광장과 가로수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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