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건' 주민 제안 사업…'118억' 주민이 예산 짜

입력 2016-08-19 04:55:06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

'신천 둔치에 논과 웅덩이, 논두렁(둠벙), 연밭 등 다양한 생태환경 경관 조성될까.'

신천 둔치가 잔디 중심으로만 단조롭게 조성돼 있어 다양한 생태환경을 활용한 다채로운 경관 조성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제안에 따라 대구시가 '신천 둔치 생물 다양성을 위한 논, 둠벙 경관조성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을 제안한 김모(56) 씨는 "강변 생태 환경을 자연친화적이고 체험'교육적으로 활용하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며 "모내기, 추수를 경험하고 겨울이나 봄엔 청보리도 심으면 둔치 경관이 훨씬 좋아지고, 둠벙은 수서곤충 서식지나 개구리 산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시민제안사업의 채택 여부는 19일 대구시청에서 열리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날 총회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각 분과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주민제안사업 중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사업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시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시민들로 구성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위원 96명)가 심사, 사업을 선정하는 대구형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제안사업 얼마나 되나?

대구시가 올 5월 한 달간 2017년 예산에 반영할 주민제안사업을 공모한 결과, 7개 분야 총 1천763건, 974억원 상당의 사업이 제안됐다. 이 가운데 413건, 118억원 상당의 제안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분과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12일 운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고, 19일 총회에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사업이 최종 확정된다. 사업이 확정되면 2017년 시 당초예산에 편성해 10월 말 시의회에 상정하고, 시의회 심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에 최종 반영하게 된다. 내년도 주민제안사업 예산 반영 목표는 100억원(개인균등분 주민세 규모) 정도다.

총회에 상정된 7개 분야 413건의 주민제안사업에 대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원이 투표해 우선순위를 결정, 최종 예산 반영 사업을 선정한다. 위원 1명은 총회 상정사업 총 413건의 40%인 165건의 사업을 선택해 전자투표하고, 최다득표 순으로 사업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대구의 주인인 시민들의 제안사업을 신청받아 시민 위원들이 직접 심사해 예산에 반영함으로써 시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 활성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 언제부터?

주민참여예산제는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리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PT당의 두뜨라 시장이 당선된 뒤 시민의 욕구에 비해 시장 재량으로 가능한 예산이 전체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 총회를 개최해 대안 논의를 제의했다. 참여 주민들이 결정한 대로 예산이 집행되고, 이를 통해 변화를 경험한 주민들의 참여가 확대돼 2000년엔 인구 120만 명 중 4만5천 명이 참여했다.

이에 주민참여예산제는 상파울루 등 브라질 다른 대도시로 확산됐고, 지금은 유럽 여러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미국 시카고 및 뉴욕 등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2003년 7월 주민참여형 예산편성제도를 권장한 뒤 일부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구시도 2011년 8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행정자치부는 2011년 9월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주민참여예산제도 실시를 의무화했다.

◆주민참여예산, 한곳에서 쉽게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사업엔 어떤 게 있고, 어떤 사업이 선정됐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등 주민참여 예산 정보를 확인하려면 '대구살림 통합 공개시스템'(http://budget.daegu.go.kr)을 방문하면 된다. 시는 정부3.0 시책 추진 및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를 위해 이달 1일부터 대구시 재정 현황과 주민참여예산 정보를 공개하는 '대구살림 통합 공개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시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없어 시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 대구살림 통합 공개시스템 내에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하게 됐다. 이곳에선 주민참여사업 제안, 심사 진행 상황, 선정 사업, 추진 상황 등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본근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시의 예산'결산, 시와 구'군까지 포함한 세입'세출 운영 상황, 재정 공시, 주민참여예산 등 총 6개 분야 30여 종의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시민이 시의 재정 정보를 손쉽게 찾고, 스스로 참여해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서 그 기능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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