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의 핵심은 '물그릇론'이었다.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여 물그릇을 더 키우자는 것이었다. 물그릇을 키워야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고, 가뭄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수(利水), 치수(治水)는 물론 친수(親水) 공간도 개발해 녹색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강을 막으면 수질과 생태계는 최악을 맞을 것이란 반대론이 만만찮았다. 국내'외 하천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랐다. 그러나 4대강 추진본부는 "물그릇이 커지면 오염 물질이 희석돼 강물은 더 맑아진다"며 일축했다. 총사업비 22조원. 착공 2년 만에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보가 들어섰다. 환경영향평가는 축소되거나 생략됐다. 초스피드 공사였다.
이렇게 건설된 4대강이 지난해에 이어 또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에는 "정작 가뭄 현장에는 무용지물"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에 녹조가 기승을 부려 몰매를 맞고 있다. 낙동강 상류까지 퍼져 관리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녹조는 단순히 물색만 바꾸는 게 아니다. 녹조는 수중에 햇빛을 차단시킨다. 이 때문에 물속 남조류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를 생산한다. 이 독소는 간에 치명적이다. 낙동강에서 잇따라 폐사한 물고기에서도 이 독소가 검출됐다. 낙동강에 남조류가 급격하게 번식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다는 학계의 보고도 나왔다. 낙동강은 영남권 1천만 명의 식수원이니 방치할 일이 아니다.
강바닥 수질은 더 심각하다. 11개 학회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 조사위원회가 올 6월, 달성보 9m 지점에서 측정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농도는 모두 '나쁨' 수준인 5등급으로 나왔다. 5등급이면 농업용수(4등급)로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산소도 부족해 물고기도 살 수 없다. 토종 물고기 씨가 말랐다는 어민들의 하소연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낙동강 물그릇이 11배나 더 커졌는데도 수질은 이처럼 되레 뒷걸음질이다. 형산강, 섬진강, 동강 등 다른 강은 별문제가 없는데 유독 4대강에 녹조가 더 창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보(洑)를 주범으로 꼽는다. 보 때문에 강물이 정체돼 썩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해 6월 시뮬레이션으로 낙동강 유속을 조사해 봤더니 공사 전보다 5배나 느리게 나왔다. 육안으로 보더라도 낙동강은 잔잔한 호수처럼 보인다.
댐이나 호수는 오염원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자정 능력이 강해 물이 잘 썩지 않는다. 그러나 강은 다르다. 생활용수, 공장 오폐수, 농약'화학비료 성분을 머금은 농업용수 등 갖가지 오염수가 함께 만나는 곳이다. 고이면 썩을 수밖에 없다. 지금 4대강이 그렇다. 결국 유속(流速)이 문제다. 수질은 유량(流量)보다 유속에 더 민감하다. 4대강은 물그릇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물을 보관하는 데는 실패했다. 4대강 최대 실수였다.
흐르는 강은 물살을 일으키고 물살은 여울을 만든다. 여울은 공기 방울을 일으켜 용존 산소를 배가 시킨다. 여울은 또 곳곳에 모래톱을 만들고 모래톱은 다양한 수생식물을 불러모아 습지를 만든다. 습지는 자연이 스스로 건설한 거대한 폐수처리장이다. 4대강에는 이런 폐수처리장이 없다.
그저께 낙동강 5개 보에 수문이 열렸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올 들어 처음으로 낙동강 물을 흘려보냈다. 수문이 닫히고 수온이 오르면 녹조는 또 되풀이될 게 분명하다. 22조원을 들여 가둔 물이다. 제대로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은 몰라도 요즘 같은 여름철엔 달리 묘수가 없어 보인다.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 철거'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흘러야 문제가 풀린다. 여느 강처럼 여울도 지고, 모래톱도 쌓이고, 습지도 만들면서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4대강도 스스로 알아서 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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