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 강령에 '노동자' 삭제 없던 일로

입력 2016-08-18 04:55:02

비대위 비공개회의서 유지 결정…정체성 공방은 전대 이후 재현 조짐

더불어민주당이 당 강령에 '노동자'라는 표현을 유지하기로 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당령정책분과가 삭제를 추진해 논란을 빚었던 '노동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의 표현을 당령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당령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노동자, 농어민, 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로 손질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로써 더민주 임시지도부의 '산토끼'(고정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중도층)를 붙들기 위한 외연 확대는 보류됐다. 그동안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의 이념적 정향을 중도로 옮겨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번 당령 개정 무산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급정당도 아니고 자꾸 정체성만 운운하면 국민이 짜증 내고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지층 사이에 떠있는 부분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무슨 계급정당 같은 얘기를 해도 안 되고 대중이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자들의 거센 반발로 당령 개정은 무산됐지만 더민주 내 이념 공방은 전당대회 후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들이 자신의 개혁성과 선명성을 강조하며 당의 진로를 '왼쪽'으로 몰고 있어 전당대회 후 보정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당의 노선을 '우 클릭'하는 문제는 새 지도부가 자리를 잡은 후 차기 대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모양새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며 "당권주자들이 눈앞의 당선에 집착해 좌편향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당권 장악 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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